예능과 드라마 속 아버지 "어색하지만 괜찮아"

우동균 2016. 5. 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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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랑한다 말 못하는 '아버지'가 TV를 만났을 때

[오마이뉴스 글:우동균, 편집:유지영]

아버지란 이름은 참으로 이상하다. 둘 다 나를 낳아주신 분인데도 어머니를 부르는 감정과 아버지를 부르는 감정은 다르다. 엄마는 엄만데, 아버지는 아빠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가족인데 왠지 멀게만 느껴지고 둘이 함께 있으면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임에도 누구보다 멀게 느껴지는 그 이름, 아버지다.

방송이 그런 '아버지'를 소재로 삼은 것은 꽤 오래전이다. 이미 예능에서는 엄마보다 아빠가 육아를 담당하는 장면이 흥행몰이를 몇 년간 해 온 터다. 아빠는 엄마와 달리 아이를 맡는 게 당연하지는 않았던 풍조 탓에 아빠가 육아를 맡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 있었다. 아버지를 활용한 육아 예능의 포인트는 어색하고 미숙한 아빠들이 자녀들과의 관계를 다시 형성하는 모습에 있다. 그런 아빠들의 '의외성'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물론 그런 어색한 관계가 아닌, 꽤 친근한 아빠들인 경우에도 그 매력이 설득력 있는 경우 그 안에서 스타가 탄생하기도 했다.

가부장적 아버지 신구의 '반전'
 <디마프>에서 그려진 아버지의 진심
ⓒ tvN
최근에야 아빠들도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버지라는 존재는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디어 마이 프렌즈> (아래 <디마프>)의 김석균(신구 분)은 딱 그런 캐릭터다. 부인은 하녀 부리듯 하고 무시한다. 돈도 잘 쓰지 않고 버럭대며 미운 말만 골라서 해댄다. 자식에게는 또 어떠한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딸에게 "그러길래 누가 치마를 입으라고 했느냐"며 다그친 적이 있을 정도다. 도저히 예뻐하려야 예뻐할 수 없는 캐릭터지만, 왠지 어딘가에 존재하는 아빠 같은 느낌이 든다.

그는 역시 '아빠'였다. 딸이 남편에게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사위를 찾아가 그에게 주먹을 날리고, 과거 딸을 성추행했던 사람을 폭행했던 탓에 직장에서 쫓겨나고 말았던 사실 또한 밝혀진다. 그저 짜증스럽기만 했던 그의 행동들 덕분에 그의 반전은 훨씬 더 아프게 가슴을 울린다. 이어 그는 고백한다. 자식에게 사과하는 법을 몰랐노라고.

물론 그의 행동들을 잘했다고 추켜세울 수는 없다. 자식이 그에게 다가갈 수 없도록 관계의 단절을 만든 것도, 부인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게 한 것도 그다. 그러나 그의 진심만큼은 가슴을 짓누르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자식의 일이라면 앞뒤 돌아보지 않는 그도 아버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마치 우리 아버지 같아서, 그 장면을 보는 사람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세상에서 아버지와 지내는 일주일이 가장 어색해
 새로 시작하는 예능 <아버지와 나>. 아예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일주일'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 tvN
TvN에서 새롭게 방영될 예정인 <아버지와 나>는 그런 '어색한' 아버지라는 존재와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다. 예고편에서 대부분의 출연진은 "(아버지와의 여행이) 어색하다"며 한숨을 내쉰다. 에릭남처럼 끈끈한 부자 관계를 형성해온 관계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버지라는 존재와 단둘만의 동행이 편안하지 않은 출연진들이 대부분이다. 이 예능은 그래서 기획될 수 있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부드럽고 친근했다면, 예능적인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떨어졌을 것이다. 굳이 일반인인 아버지를 출연시켜 가면서 아들과의 관계를 조명하려는 의도는 명확하다. 그 둘 사이의 장벽에서 오는 어색함과 관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예능 속에서도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는 다소 껄끄럽고 어색하게 그려진다. 그런 관계가 더 현실적으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아버지의 모습이 그렇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그런 관계를 조명함으로써 말하려는 바는 그들 사이가 극복될 수 없는, 한계를 지녔다는 건 아닐 테다. 그들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고,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을 뿐이라는 그 본질적인 사실을 말하고자 함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랑은 표현해야 하고, 말해야 알 수 있다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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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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