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과 드라마 속 아버지 "어색하지만 괜찮아"
[오마이뉴스 글:우동균, 편집:유지영]
아버지란 이름은 참으로 이상하다. 둘 다 나를 낳아주신 분인데도 어머니를 부르는 감정과 아버지를 부르는 감정은 다르다. 엄마는 엄만데, 아버지는 아빠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가족인데 왠지 멀게만 느껴지고 둘이 함께 있으면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임에도 누구보다 멀게 느껴지는 그 이름, 아버지다.
방송이 그런 '아버지'를 소재로 삼은 것은 꽤 오래전이다. 이미 예능에서는 엄마보다 아빠가 육아를 담당하는 장면이 흥행몰이를 몇 년간 해 온 터다. 아빠는 엄마와 달리 아이를 맡는 게 당연하지는 않았던 풍조 탓에 아빠가 육아를 맡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 있었다. 아버지를 활용한 육아 예능의 포인트는 어색하고 미숙한 아빠들이 자녀들과의 관계를 다시 형성하는 모습에 있다. 그런 아빠들의 '의외성'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물론 그런 어색한 관계가 아닌, 꽤 친근한 아빠들인 경우에도 그 매력이 설득력 있는 경우 그 안에서 스타가 탄생하기도 했다.
▲ <디마프>에서 그려진 아버지의 진심 |
ⓒ tvN |
그는 역시 '아빠'였다. 딸이 남편에게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사위를 찾아가 그에게 주먹을 날리고, 과거 딸을 성추행했던 사람을 폭행했던 탓에 직장에서 쫓겨나고 말았던 사실 또한 밝혀진다. 그저 짜증스럽기만 했던 그의 행동들 덕분에 그의 반전은 훨씬 더 아프게 가슴을 울린다. 이어 그는 고백한다. 자식에게 사과하는 법을 몰랐노라고.
물론 그의 행동들을 잘했다고 추켜세울 수는 없다. 자식이 그에게 다가갈 수 없도록 관계의 단절을 만든 것도, 부인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게 한 것도 그다. 그러나 그의 진심만큼은 가슴을 짓누르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자식의 일이라면 앞뒤 돌아보지 않는 그도 아버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마치 우리 아버지 같아서, 그 장면을 보는 사람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 새로 시작하는 예능 <아버지와 나>. 아예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일주일'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
ⓒ tvN |
드라마나 예능 속에서도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는 다소 껄끄럽고 어색하게 그려진다. 그런 관계가 더 현실적으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아버지의 모습이 그렇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그런 관계를 조명함으로써 말하려는 바는 그들 사이가 극복될 수 없는, 한계를 지녔다는 건 아닐 테다. 그들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고,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을 뿐이라는 그 본질적인 사실을 말하고자 함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랑은 표현해야 하고, 말해야 알 수 있다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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