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속 청년들의 자화상 <얼굴도둑>
[오마이뉴스 글:주철진, 편집:유지영]
▲ 세바스티앙은 몽탈트를 만나 그의 얼굴을 훔쳐낸다. 그는 그의 모든것을 감쪽 같이 따라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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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개봉한 <얼굴도둑>은 타인의 얼굴을 훔치는 세바스티앙 니콜라(마티유 카소비츠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타인의 얼굴과 인격을 훔치는 남자다. 얼굴을 훔칠 수 있는 그의 능력은 매우 흥미롭다. 비법은 무엇일까.
타인의 존재 자체를 훔쳐내는 그
세바스티앙은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한다. 머리를 넘기는 습관, 억양과 말투, 그리고 옷차림 하나까지 그는 모든 것을 관찰한다. 마치 셜록 홈즈가 사람을 관찰하면서 성격을 알아내듯 그는 타인의 존재를 훔친다. 그리고 얼굴을 훔친다. 그는 얼굴뿐만 아니라 타인의 존재 자체를 훔쳐내고 그 사람으로 완벽하게 변한다.
물론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는 대범하게도 얼굴을 훔쳐낸 다음 모임 등에 나가는데 훔친 얼굴의 지인을 만나게 되면서 당황하게 된다. 정보는 훔치지 못한 그였기에 그는 크게 당황하며 도망친다.
그로 인해 얼굴을 훔치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만 새로운 의뢰인인 앙리 드 몽탈트(마티유 카소비츠 분)를 만나게 된다. 그는 어김없이 몽탈트를 관찰하고 그의 얼굴을 훔친다. 특이하게도 세바스티앙이 상대로 변하는 과정은 상대방의 집에서 이뤄지는데, 몽탈트가 집에 일찍 돌아오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그의 선택은 매우 흥미롭다.
재밌는 것은 세바스티앙과 몽탈트를 모두 마티유 카소비츠가 연기했다는 것이다. 모르는 관객들은 쉽게 알아채지 못할 만큼 그는 두 사람 역할을 소화해낸다. 배우들은 작품 속에서 철저히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나타난다. 그들 역시, 타인의 존재를 읽고 훔치는 것이다. <얼굴도둑>이 심각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라는 소리다. 누군가는 그처럼 타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 세바스티앙은 자아를 상실한채 살아간다. 그는 타인의 존재를 훔치는 것으로 자아를 느끼며 살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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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상실한 사람은 과연 세바스티앙뿐일까? 그렇지 않다. '자신의 꿈'이라는 주제로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 몇몇 대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 희망을 상실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대다수의 사람은 정말 열심히 산다.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르고 때로는 그 이상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누군가는 이름 있는 대학교에 들어간다. 많은 학생은 여기서 좌절을 경험한다. 장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달려온 학생들은 주로 성적에 맞춰서 전공을 선택하곤 한다. 적성이 고려되지 않은 전공 선택은 회의감을 동반하기 쉽다.
그것만이 아니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학비를 벌기 위해 많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높은 청년실업률이 반긴다. 통계청에 다르면 올해 4월 청년 실업률은 10.9%를 기록했다. 끝없는 노력이 부딪쳐 만들어낸 취업시장은 열심히 달려온 누군가를 2등, 3등으로 만든다. 모두 열심히 했지만 누군가는 덜 열심히 한 사람이 된다. 니트족(특정한 일에 종사하지 않고 교육도 받지 않는 사람)의 비중 또한 OECD 국가 중 3위다. 이 지표는 취업하고자 하는 의지마저도 상당수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환경이 청년들을 좌절시키고 노력할 의지조차 빼앗는다.
결국 사람들은 자아를 찾을 기회를 놓친다. 자신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따라야 했고, 그것을 이겨내니 청년실업이라는 벽이 가로막는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성과 자아는 무시되고 성적에 맞춰서, 능력에 맞춰서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그렇게 자아는 상실한 채 지정된 경로를 묵묵히 달려간다.
▲ 19일 개봉된 <얼굴도둑>은 부동산 중개업자인 세바스티앙(마티유 카소비츠 분)이 타인의 얼굴을 훔치는 내용을 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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