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지뢰' 포트홀 소송 급증세..보험사기까지 등장

송원형 기자 2016. 5. 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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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렌터카를 운전하던 신모씨는 경춘국도 호평터널 입구 앞 1.1㎞ 지점에 있는 포트홀(Pot hole)을 지났다. 이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터널을 통과해 300m 더 가자 포트홀이 또 나타났다. 타이어가 손상됐고, 차는 800m 떨어진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렌터카 업체에 차량수리비 등으로 1100여만원을 준 신씨는 작년 정부와 경기도 남양주시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 4월 “정부로부터 도로 관리 업무를 위임받은 남양주시는 점검·보수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신씨가 전방 주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정부와 남양주시의 책임을 40%로 제한한다”며 4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근 ‘도로의 지뢰’ 포트홀이 문제가 되면서 관련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자전거를 타다 포트홀 때문에 다친 사람들도 소송을 내고 있다. 포트홀 관련 배상이 늘자 이를 이용한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포트홀은 아스팔트 포장도로 일부가 부서지거나 내려앉아 생긴 구멍이다. 주로 빗물 때문에 생기는데 기후 변화 등으로 집중 호우가 잦아지면서 지자체마다 매년 포트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포트홀이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관련 분쟁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연간 4만7000여곳 보수…관련 소송도 2013년부터 늘어

서울시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보수한 시도(市道) 포트홀은 연평균 4만7206개이다. 포트홀 면적만 8만2782㎡(약 2만5000평)에 달한다. 포트홀은 집중 호우가 내리는 7월, 눈 내리는 1~2월, 땅이 녹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4월에 많이 생긴다. 면적 기준으로 4~5월 보수한 포트홀이 평균 2만1425㎡(25.8%)에 달한다.

포트홀 관련 민사 소송은 2013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대법원에 따르면 1심 선고 날짜 기준으로 2013년 3건, 2014년 8건, 2015년 19건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5월초까지 6건이 선고됐다.

처음에는 포트홀 때문에 사고를 당한 운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정부 등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이 많았다. 대전지법은 2013년 삼성화재가 “종합보험 가입자가 2012년 9월 충남 당진군 국도에서 차를 운전하다 포트홀 때문에 타이어와 휠이 파손돼 수리비 108만원을 지급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정부는 5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근에는 포트홀로 사고를 당한 개인이 직접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로 내는 소송이 점점 늘고 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자전거 이용자도 소송 내

자동차 운전자만 포토홀로 인한 소송을 내는 것은 아니다. 조모(40)씨는 2013년 7월 15일 오전 2시30분쯤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금천구에 있는 도로를 지나다 사고를 당했다. 오토바이가 포트홀에 빠지면서 조씨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표지판 기둥에 부딪힌 것이다. 이 사고로 조씨는 오른쪽 대퇴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40일 이상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조씨는 작년 4월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작년 10월 “사고 지점에 있었던 포트홀은 교통에 상당한 위험을 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서울시가 적절하게 순찰·점검을 했다면 포트홀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며 8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유모(58)씨는 2013년 6월 11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송파구 주택가 뒷길에서 자전거를 타던 중 포트홀을 지났다. 자전거가 휘청거리면서 유씨는 자전거와 함께 넘어졌고, 늑골 골절 등의 부상을 당했다. 송파구청과 보험 계약을 맺은 삼성화재는 유씨에게 치료비와 손해배상금 각각 400여만원씩을 지급했다. 하지만 유씨는 부족하다며 삼성화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포트홀 크기가 상당했고 피할 공간도 충분했다”며 구청 책임을 40%로 제한하면서 위자료 200만원만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작년 말 확정됐다.

◇포트홀 사전 답사 후 일부러 사고 내고 보험금 타내기도

포트홀로 인해 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가로채다 적발된 경우도 있다. 전모(38)씨는 이모(34)씨, 길모(30) 등과 함께 값비싼 외제 자동차로 포트홀을 통과해 자동차 바퀴 휠을 망가뜨린 다음 보험금을 가로채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배상금 지급을 신청하면, 보험사가 먼저 운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나서 지자체에 구상금을 청구한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전씨 등은 사전 답사를 통해 ‘목 좋은’ 포트홀을 발견했다. 2013년 2월 19일 오전 1시쯤 수원시 영통구 한 도로에서,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운전하던 전씨는 포트홀을 지나면서 일부러 속도를 높였다. 조수석에는 길씨가, 뒷좌석엔 이씨가 타고 있었다. 차는 횡단보도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전씨는 수원시 영통구청에 배상금 지급을 신청했다. 보험사는 자동차수리비, 병원치료비 명목으로 495만원을 지급했다. 전씨는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전씨는 올해 초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포트홀 관련 민원이 늘고 이슈화되면서 지자체의 배상이 늘자, 이를 악용한 범죄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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