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김승환 커플 동성결혼 "항고할 것"..전문가들 "뒤집힐 가능성 적어"

장윤정(변호사) 기자 입력 2016. 5. 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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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법 전문가들 "대법원도 동성결혼 허용에 부정적..입법의 문제"

[머니투데이 장윤정(변호사) 기자] [[the L] 법 전문가들 “대법원도 동성결혼 허용에 부정적…입법의 문제”]

(서울=뉴스1) 최현규 기자 =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한국 첫 동성결혼 신청사건 각하결정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김조광수, 김승한 부부는 "1심 소송에 불복, 오늘 항소할 것"이라며 소송을 이어갈 의지를 밝혔고, "많은 동성 커플들이 소송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6.5.26/뉴스1

남남커플인 영화감독 김조광수씨(52)와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33)가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동성결혼 신청사건 각하 결정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라고 26일 입장을 밝혔다.

2013년 9월 공개 결혼식을 올리고 백년가약을 맺은 이들 커플은 석 달 뒤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4년 5월 21일 부부의 날에 ‘혼인신고 불수리 통보’에 대한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25일 서울서부지법은 김씨 커플이 서울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혼인신고 불수리 결정을 정정해달라”고 낸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현행법의 통상적 해석으로는 동성(同性)인 신청인들 사이의 합의를 혼인의 합의라고 할 수 없다”며 “시대적 상황 등이 다소 변경되긴 했지만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현행법상의 해석론 만에 의하여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각하 결정은 “혼인신고 자체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는 것으로, 이번 법원의 판단은 판결이 아닌 ‘결정’이므로 김씨 커플은 이에 대한 불복의 방법으로 ‘항소’가 아닌 ‘항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 법 전문가들 “입법적 결단 없이 사법부가 동성 결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

법 전문가들은 이번 법원의 결정이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기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아래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항소심에서도 결과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2009스117)는 이성 배우자와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성전환수술을 한 뒤 법원에 자신의 성별을 정정해달라는 신청을 한 사안에서 “혼인 중에 있는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정정을 허용할 경우 법이 허용하지 않는 동성혼의 외관을 현출시켜 결과적으로 동성혼을 인정하는 셈이 되어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조원익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이번 각하 결정에서도 법원은 기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밝힌 법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사법부가 동성혼 제도를 창설하는 것은 기존의 법체계와 상반되는 결정이므로 불가능하다는 법원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또 “입법적인 결단이 없는 한 사법부가 독단적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 상황으로 볼 때는 항소심에서 결과가 바뀌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호영 변호사(법무법인 폴라리스)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부부란 혼인으로 결합된 ‘남녀’라고 통용되어 왔다”며 “혼인이 남녀 간에만 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결국 법 해석의 문제이고, 이번에 법원은 명시적으로 혼인은 남녀 사이에만 가능하다고 해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기각’이 아닌 ‘각하’ 결정을 한 데 대해서도 그는 “법원이 동성혼에 관해 법적으로 보호 받아야 할 ‘권리’로 인정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봤다.

이 변호사 역시 “향후 법 개정 없이 법원이 판결로 동성혼을 인정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동성결혼의 인정 여부는 입법의 문제로 해결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모두 동성 결혼 인정, 유교권 국가들은 아직…

최근 중국에서도 남성 간의 동성 결혼에 관한 행정소송에서 원고인 동성 커플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달 13일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인민법원은 남남 커플인 순원린(孙文麟)씨과 후밍량(胡明亮)씨가 “결혼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공무원의 처분을 무효화 해달라”는 청구를 기각했다.

해당 사건 판결문에서 중국 법원은 “중국의 혼인법은 혼인 당사자를 ‘남녀’로 규정하고 있고, 원고의 혼인등기 신청은 이 조건에 맞지 않는다”며 동성결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커플 역시 법원의 결정에 대해 “중국법에 동성 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은 없다”며 항고의 뜻을 밝힌 상태다.

한편, 대다수 유럽 국가들이 동성 간의 결합을 합법화하고 있음에도 법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던 이탈리아에서도 최근 합법화 법안이 최종 가결됐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은 지난 11일 동성 간의 결합을 이성 간 혼인 관계에 준해 보장하기로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탈리아의 이번 결정으로 유럽연합(EU)의 모든 회원국이 동성 간의 결합을 인정하게 됐다.

◇ 해외 사례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동거 개념,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될까?

김씨 커플이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법원 결정에 불복할 뜻을 밝히면서 향후 이들과 같은 동성 커플들의 법원에 대한 청구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동성혼을 인정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되고, 아직까지 일치된 하나의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과연 사법부가 동성혼을 인정하는 내용의 판단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법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둡다.

조원익 변호사는 “동성혼의 문제는 이것이 ‘개인의 영역이라고 보는 입장’과 ‘사회적 신분제도의 영역’이라고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개인의 자유라면 동성간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신분관계로 보면 하나의 사회제도로서 동성결혼을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또 “사회제도로 보는 관점은 결국 둘 다 아버지인 자녀를 인정할 수 있는지, 남자인 며느리를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까지 나아간다”며 “구체적 타당성보다는 법적안정성을 중시하는 사법부가 입법적인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분관계에 큰 변동을 가져올 동성혼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동성 간의 결합을 반드시 ‘결혼’이라는 고정된 틀에 끼워 넣기 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동거인이라는 유연한 개념으로 인정해 법적인 혼인에 준한 사회적 보장을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호영 변호사는 “아직 우리 사회가 동성혼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최근 이탈리아의 예를 참고해 ‘파트너쉽’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동성 동거인에 대해 상속권,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장, 세금, 주거혜택에 있어 부부에 준하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우리 헌법 정신에도 합치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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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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