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라 다행?' 할릴호지치 의도 모를 독설

스포츠 = 이준목 기자 2016. 5. 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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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할릴호지치 감독은 연일 일본 대표팀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 게티이미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전멸한 일본 J리그가 바히드 할릴호지치 축구대표팀 감독의 독설을 피하지 못했다.

일본 스포니치 등 주요 현지 언론들은 지난 27일 할릴호지치 감독이 전날 일본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J리그와 유럽 리그의 수준 차”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할릴호지치 감독은 J리그과 유럽 축구의 차이를 오토바이와 고급 스포츠카에 비유하기도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과거에도 종종 축구를 자동차에 비유하는 것을 즐긴 바 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일본 축구의 약점으로 투지 부족과 플레이의 속도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J리그 비판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난해 일본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래 꾸준하게 일본 축구에 대하여 쓴 소리를 해왔다. 지난해 동아시안컵 때는 선수차출 문제를 놓고 J리그 구단 및 연맹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본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50위권임을 빗대어 세계 축구계에서 3부 리그 수준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J리그 팀들은 최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부진하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런 상황이 대표팀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현재 일본 대표팀으로 선발된 선수들의 기량도 최상이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대표팀 감독의 연이은 강성 발언에 일본 축구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할릴호지치의 지적에 공감대를 보내고도 있지만, 일본대표팀 감독이 자국축구와 리그를 지나치게 깎아내린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깐깐한 성격의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미 알제리 대표팀이나 클럽팀 감독을 맡던 시절에도 언론 및 구단과 여러 차례 불화를 빚은 바 있다. 일본 대표팀에서도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보다는 선수탓이나 일본 축구 환경에 대한 문제로 비난의 화살을 회피하려한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본 대표팀에서도 해외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보수적인 운영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아무리 외국인 감독이라고 해도 일국의 대표팀 감독이 자국리그를 오토바이와 고급 스포츠카에 비유하여 깎아내리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해외에 나가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결국 자국리그를 통해서 길러내는 것이다. 유럽리그에 비하여 수준이 떨어진다고 폄하하는 것은 결국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사기만 저하시킬 뿐이다. 심지어 리그에 종사하는 관게자들과 팬들에 대한 예의와도 거리가 머다.

할릴호지치의 비유는 마치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경질된 홍명보 감독이 사퇴 회견에서 K리그 선수들을 당시 부진하던 유럽파와 빗대어 A, B로 등급를 나누어 평가한 사실을 밝혔다가 여론의 더 큰 역풍을 불러온 사건을 연상시킨다.

반면 후임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어떤 선수도 등급을 나눠 평가하지 않는다. 대표팀에서는 똑같이 중요한 선수일 뿐”이라며 리그나 이름값에 의한 차별은 없다고 선언하며 전임자와 대조를 이뤘다. 심지어 자국이나 해외 2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과감하게 발탁하여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 역시 할릴호치지 감독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다.

만일 할릴호지치의 발언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할릴호지치같은 인물이 한국이 아니라 일본대표팀 감독이라는 게 천만다행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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