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미블' 유인영이 악녀를 대하는 자세 [인터뷰]

강지애 기자 2016. 5. 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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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영 인터뷰 굿바이 미스터 블랙

[티브이데일리 강지애 기자] CF 모델로 데뷔해 배우의 길을 걷게 된지도 벌써 12년. 오랜 공백 기간 없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묵묵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유인영은 어느덧 중견 연기자의 길목에 접어들고 있었다.

유인영에겐 '악역 전문 배우'라는 꼬리표가 존재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악녀라는 캐릭터가 입혀졌고, 대중들은 그를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로 인식했다. 배우에게 있어 특정 이미지 안에 갇히는 건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인영은 조바심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드라마에서 한, 두 역할 정도는 사건을 일으켜줘야 하는 게 아니겠냐"며 담담하게 웃었다.

그런 유인영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누군가를 짝사랑하거나 질투하고 시샘하는 입장이 아닌,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유인영은 최근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극본 문희정·연출 한희)에서 윤마리를 연기했다. 주인공 차지원(이진욱)의 첫사랑이자 민선재(김강우)의 아내인 그는 미소 뒤에 한 맺힌 슬픔과 한 남자를 향한 그리움을 감추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차지원을 사랑했지만 차지원의 원수인 민선재의 아내가 돼야 했던 그는 후반부로 갈수록 윤마리의 어두운 면면까지 보여주며 극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극 중 윤마리는 차지원과 민선재의 사이에 서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 두 남자에게 사랑받는 기간은 극히 짧다. 이에 유인영은 "처음에는 '나도 사랑을 받게 됐어'라며 기뻐했는데 생각보다 짧게 그려져서 조금 아쉬웠다"고 농담 섞인 푸념을 던지더니 "그래도 끝까지 사랑은 받았으니까 만족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최대한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아무래도 윤마리라는 캐릭터는 전작들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인물이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차갑고 도도한, 기존에 제가 갖고 있던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동안 항상 날카롭게 발톱을 세우고 날 선 대사를 내뱉었다면, 이번에는 둥글게 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사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대진운이 좋지 못 했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태양의 후예'가 40%에 육박하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전부 독식한 탓에 비운의 드라마가 된 것. 다행히 '태양의 후예'가 종영하자 시청률이 3배 이상으로 치솟더니 시청률 1위를 기록, 호평 속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유인영은 이미 '태양의 후예'가 신드롬 급 화제를 양상하고 있어 독주를 막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조금씩 오를 것이라는 희망은 있었는데 끝나자마자 오르더라. 특히 마지막 방송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어서 우리 배우들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물론, 초반에는 시청률도 화제성도 현저히 낮은 편이었지만 촬영 현장만큼은 화기애애했단다. tvN 드라마 '삼총사' 이후 두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이진욱은 물론, 첫 호흡임에도 불구하고 배울 점이 많았다는 김강우와, 함께 붙는 신이 많이 없어 만날 때마다 "잘 살아있지?"라며 안부를 묻는다는 문채원 등이 있었기에 더욱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특히 이진욱 오빠와는 개인적으로 친하기도 해 편했어요. 그래서 서로 진지해지는 상황이 오면 너무 웃긴 거예요. 초반엔 연인으로 나와서 키스신이 있었는데 얼굴만 봐도 웃기더라고요.(웃음) 그때 날씨도 한몫했어요. 로맨스를 꿈꾸기엔 상황이 참 안 좋았죠. 둘 다 너무 추워서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던 거 같아요."

유인영은 지난해 드라마 '가면'을 시작으로 '오 나의 비너스'와 '굿바이 미스터 블랙'까지 세 작품을 연이어 달려왔다. 중간중간 영화 '베테랑'과 '여교사'도 개봉했으니 말 그대로 소처럼 일했다.

배우는 으레 작품을 하면서 성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할 때마다 아는 게 많아지니 더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자신이 만든 틀 안에 갇혀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인영은 스스로 우리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기 위해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여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악역인데다 쉼 없이 출연한 탓에 캐릭터가 모두 비슷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유인영은 그 속에서도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가면'에선 정석 악녀의 느낌이었다면 '오 마이 비너스' 때는 얄미운 느낌을 강조하며 뻔한 악녀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대중들이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조금씩, 천천히 말이다.

악역 이미지를 벗기 위해 발버둥 치기보다는 미션을 클리어하듯 한 단계씩 밟아가자 마음도 편안해졌단다. "나도 사람인지라 슬럼프도 있었다"며 웃던 그는 서른 살을 기점으로 달라졌다고. 유인영은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도 솔직히 말하자면 전 어중간한 위치예요. 선택의 여지가 많이 없어요.(웃음) 사람마다 운이 적용되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 아직 그 시기를 만나지 못 한 거고요. 그래서 실력을 키우면서 제게 올 운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게 비록 천천히 가는 길일지라도요."

[티브이데일리 강지애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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