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톡톡> 주한미군의 요란한 '이사 풍경'

2016. 5.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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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화분 위치까지 지정..집기 배치도만 책 한권 분량"
주한미군이전 평택기지 안전점검…재해예방 '만전' (평택=연합뉴스) 하루 인부 1만여명, 장비 1천여대가 운용되는 평택 미군기지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이 23∼24일 이틀간 실시됐다.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사업관리부장 강대남 준장(왼쪽 2번째)이 24일 미8군 차량정비시설과 시설통합본부를 방문, 안전 및 품질관리 실태에 대해 관계자들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016.3.24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제공>>
평택기지 미 8군사령부

"전화기·화분 위치까지 지정…집기 배치도만 책 한권 분량"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우리 군과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용산기지에서 평택기지로 옮기는 미군의 이삿짐 배치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상식으로는 이삿짐이야 새집에 풀어놓고 내부 구조에 따라 요리조리 놨다 옮기기를 반복하면서 배치하는 것인데 미군들의 생각은 우리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법대로'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미군들은 사무실에 들어갈 집기의 배치도를 사전에 작성한다고 한다. 물론 이 배치도 또한 한국과 미국 업체를 대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해 만든다고 한다.

현재 평택기지에 들어서는 각종 건물에 들어갈 집기 등의 배치도가 책 한 권 분량이라고 하니 우리 군 관계자들에게는 이삿짐 배치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일 전화기나 책꽂이뿐 아니라 화분, 책장, 옷장 등의 위치도 배치도에 그려 놓은 대로 놓아야 한다. 만약 배치도와 약간의 차이만 있어도 들어맞을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라는 외침이 들려 온다고 한다. 현장에서 눈대중으로 배치하는 우리와는 완전 딴판이고 심지어는 유별나다는 생각도 든다.

사무실 출입문에 새겨진 '문양'이 배치도와 다르게 보일 때는 가차 없이 문짝을 떼어내 본국으로 보낸다고 한다. 혹시라도 모조품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가려 달라는 뜻이다. 문짝 한 개가 미국 본토에서 '검증'을 마치고 평택기지로 오는 데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문짝이 도착하기 전까지 그 사무실의 공사는 스톱이다.

용산기지에 있는 병원을 이전하는 일도 요란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용산기지 병력이 평택으로 이전을 마칠 때까지 병원은 용산기지에 있겠다고 한다. 다만, 평택기지에 들어선 신축 병원에 들어갈 의료장비 품목은 용산기지와 같아야 한다. 그러니까 평택기지 병원에 용산기지 병원에 있는 것과 같은 품목의 의료장비를 갖춰야 해서 사실상 병원이 1개 더 생기는 셈이다.

고가의 의료장비를 1세트씩 더 갖춰야 하므로 엄청난 비용이 예상된다. 곧 한미 간에 의료장비 구매와 관련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러하니 평택기지 이전 사업을 맡은 우리 군 관계자들은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한다. 현장에서 언성을 높이거나 신경전을 펼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건물 내부에 콘크리트 미장을 깔끔하게 해놓으면 배치도와 규격이 맞지 않는다고 까부수기 일쑤다. 규격에 맞게 미장을 해야 한다.

그래도 2017년까지 이전 일정을 맞추려고 어르고 달래서 하나하나 풀어나간다고 한다. 성격 급한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혈압이 오를 것이라고 군의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그렇다고 미군의 이런 깐깐한 일처리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배울법하다. '법대로', '원칙대로'에 충실한 그들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허구한 날 '새 아파트 하자' 뉴스를 봐야 하는 우리로서는 먼 나라 얘기 일성 싶다. 평택기지 공사에 유수한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참에 미군들의 일처리를 좀 배워서 하자 없는 공사를 하기를 바란다.

평택기지에 미8군사령부 청사 신축 공사가 끝나면서 지난 19일부터 8군사령부 선발대가 평택으로 떠났다. 선발대를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2017년까지 용산에 있는 대부분의 미군 부대가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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