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밸리 지금은]⑰ 직장인 동선이 가른 상권 희비.. "판교역 주변, 현대百 여파에 '울상'

김수현 기자 2016. 5. 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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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판교신도시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 상권. /김수현 기자
경기 판교신도시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 상권. 점심 시간대 사람들이 비바람을 뚫고 이동하고 있다. /김수현 기자
경기 판교신도시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 상권에 있는 한 카페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수현 기자
경기 판교신도시 거리형 상가인 아브뉴프랑. /정지용 인턴기자
경기 판교신도시 판교역 인근 상권. /정지용 인턴기자
경기 판교신도시 푸르지요 월드마크 상가. /정지용 인턴기자

3일 오후 12시 30분쯤 경기 판교신도시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 상권. 빗방울 섞인 바람이 강하게 부는 짓궂은 날씨였지만 사원증을 목에 건 회사원들이 우산을 들고 삼삼오오 점심 먹을 곳을 찾고 있었다. 대로변과 맞닿은 음식점들은 자리가 대부분 차 있었고, 상가 건물 안쪽에 있는 음식점들도 분주히 손님을 맞고 있었다. 일부 카페에는 일찍 점심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이미 긴 줄을 늘어 서 있었다.

비슷한 시각 판교신도시 판교역 인근 중심상업지구. 한창 식당이 붐빌 시간이지만 문을 열지 않은 식당과 찻집이 꽤 눈에 띄었다. 거리형 상가인 아브뉴프랑과 푸르지오 월드마크도 사정은 비슷해서,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을 빼고는 한산했다. 옷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점포는 아예 ‘개점휴업’ 상태였다.

판교 테크노밸리 상권과 판교역 상권은 같은 판교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모습이었다. 판교 테크노밸리 임직원 7만여명을 배후수요로 두고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상권은 생기가 돌았지만, 판교역 인근 상권은 정반대로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 7만명 업은 판교 테크노밸리 상권…“평일 매출 꾸준”

판교 테크노밸리 주요 상권은 유스페이스부터 H스퀘어, 삼환하이펙스까지 이어진다. 가장 규모가 큰 유스페이스에는 250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고, 나머지 상가에도 각각 100~150개의 점포가 있다. 분양률은 건물마다 편차가 있지만 평균 90% 이상이다. 2~3층이나 지하층 안쪽 상가를 제외하면 분양이 마무리된 상태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기업은 총 1121개며, 임직원 수는 7만2820명이다. 이들은 모두 판교 테크노밸리 상권의 주요 고객이다.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에서 근무하는 김모(35) 씨는 “밥은 거의 회사 주변에서 먹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아예 외부로 나가지 않고 회사 건물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편”이라며 “저녁 회식도 회사와 가까운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상가 점포 구성을 보면 테크노밸리 근무 직원들의 수요에 맞게 카페와 음식점 등 식음료가 주를 이루는 편이다. 호프집이나 바, 치킨집 등 회식을 할 만한 매장들도 많다. 휴대폰 판매점과 은행, 병원, 피트니스센터 등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업종의 점포들도 꽤 들어서 있다. 상권 이용객의 80%가 판교 테크노밸리 근무자들인 만큼, 주 중에는 문을 열고 주말과 휴일에는 문을 닫는 점포들이 많다.

G카페 사장 김모(46)씨는 “평일에는 주변 회사 직원들이 꾸준히 찾아주는 편”이라면서 “하지만 주말에는 손님이 평일의 20~25% 정도로 준다”고 말했다.

이 지역 상권 임대료는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대로변을 낀 유스페이스 1층 전용면적 49.5㎡ 점포의 월 임대료는 300만~400만원 수준이고, 보증금은 7000만~8000만원 정도다. 2~3층이나 지하는 전용면적 99㎡짜리가 많은데, 월 임대료는 300만~350만원에 보증금은 5000만원 전후 수준이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10% 정도 올랐다.

판교테크노공인 관계자는 “대부분의 상가에 권리금이 붙었고, 임차를 원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라면서 “간혹 권리금이 없는 매물이 나오면 바로 빠진다”고 했다.

◆ 판교역 인근 상권은 ‘현대백화점 여파’ 여전

반면 판교역 인근 상권은 ‘현대백화점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8월 국내 최대 식품관을 갖춘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문을 열면서 백화점과 가까운 중심상업지구나 거리형 상가인 아브뉴프랑과 푸르지오 월드마크 상가 점포들이 타격을 받았다. 카페나 의류·액세서리 판매점 등 백화점과 업종이 겹치는 경우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파돔시티 상가시설인 라스트리트가 지난달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상권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아브뉴프랑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양모(61) 씨는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들은 꾸준히 장사가 잘 되지만, 소규모 음식점이나 의류 판매점은 매출이 많이 떨어졌고 이 중 일부 점포는 재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아브뉴프랑에 입점한 의류판매점 직원 김모 씨는 “지금도 매출 하락이 피부로 느껴지는데 알파돔시티 상가까지 입점을 끝내면 손님이 더 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이전 효과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임직원 3000여명이 올해 입주했지만 인근 상인들은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직원들이 구내식당이나 라스트리트, 현대백화점 등 삼성물산이 입주한 알파돔시티와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곳만 선호하기 때문이다.

판교역 인근 임대료는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판교 중심상업지구 대로변은 1층 전용면적 33㎡ 점포의 경우 보증금 5000만~1억원 정도에 월세가 400만~500만원이다. 같은 층의 푸르지오 월드마크 전용면적 33㎡ 점포는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350만~400만원 수준이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상가 분양가가 역세권의 경우 3.3㎡당 1억원을 넘어갈 정도로 높았던 데다, 유동인구도 많지 않아 상권 형성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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