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결국 방송 제한.. 중소 납품업체 '악소리'

이성희·이윤주 기자 2016. 5. 2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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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6개월간 ‘황금시간대’ 확정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과정에서 주요 평가항목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이유로 ‘6개월 프라임시간대 방송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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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오는 9월 말부터 6개월간 매출이 가장 높은 오전·오후 8~11시, 하루 6시간씩 방송을 내보낼 수 없게 됐다. 6개월 업무정지는 국내 방송 역사상 처음이다. 롯데홈쇼핑은 물론 중소 납품업체의 막대한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데다, 징계 수위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6일 “우리홈쇼핑(채널명 롯데홈쇼핑)에 대해 4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쳐 9월28일부터 6개월간 매일 오전·오후 8∼11시 6시간씩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롯데홈쇼핑은 이 시간 동안 상품 소개와 판매에 대한 방송을 송출할 수 없다. 대신 시청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업무정지에 따른 방송중단 상황을 알리는 정지 영상과 배경음악을 송출해야 한다.

롯데홈쇼핑은 “사실상 존립을 위협하는 처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래부가 지난 13일 행정처분을 예고하긴 했지만 현실화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오후 황금시간대나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새벽 시간대 등을 묶어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TV홈쇼핑에서 황금시간대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오전·오후 황금시간대에 모두 업무정지시킨다는 것은 초강경 징계라는 것이다.

■매출 손실 및 납품 중소업체 피해 불가피

영업정지가 시행되면 롯데홈쇼핑은 5500억원에 이르는 매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월 말부터 시작되는 가을·겨울 시즌은 홈쇼핑 성수기로 통한다. 각 홈쇼핑업체들이 주력하는 의류·화장품 부문에서도 단가가 높은 상품들이 판매되고, 각종 모임과 연휴 등으로 다양한 먹거리와 여행 상품 매출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매출 1조2000억원, 영업이익 814억원을 기대했던 롯데홈쇼핑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매출은 6600억원대로 반토막이 나고, 영업이익은 685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롯데홈쇼핑은 추산하고 있다.

납품업체들도 타격을 받게 됐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현재 거래 중인 중소기업은 560개에 이른다. 이 중 173개 업체는 롯데홈쇼핑에만 입점해 있다. 황금시간대 방송되는 제품 가운데 65.3%가 중소기업 제품이다. 롯데홈쇼핑은 다음주 중 납품업체들과 함께 비상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부는 업무정지 시점을 통지받는 날로부터 4개월이 경과한 9월28일로 유예한 것은 납품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징계 기간 중 중소기업 제품을 황금시간대 외 방송과 데이터 홈쇼핑(티커머스)인 ‘롯데 원 티브이’에 우선 편성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권고했다. 대체판로 확보를 위해 다른 TV홈쇼핑이나 티커머스에 롯데홈쇼핑 납품 중소기업의 입점을 주선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실효성 없는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티커머스는 방송 채널이 20~30번대이다보니 통상 10번대 안팎인 TV홈쇼핑보다 매출이 적다. 황금시간대 외 방송도 기존보다 매출이 줄기는 마찬가지다. 한 납품업체 대표는 “다른 홈쇼핑 채널로 이동하는 것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브랜드나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경우에나 가능하다”며 “제품이 잘 팔리는 방송 시간대는 정해져 있는데, 채널이 줄면 업체 간 경쟁이 예전보다 과열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 홈쇼핑업체와 거래가 끊겨도 대개 한 달 이내에 다른 채널로 이동한다”며 “경쟁력 있는 납품업체는 이미 다른 채널과 접촉하고 있다. 중소 납품업체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징계 사유 정당한가 논란도

징계의 원인이 된 평가항목 누락에 대한 고의성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4월 롯데·현대·NS홈쇼핑 등 TV홈쇼핑 3사의 재승인 심사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재승인 여부에 가장 관심이 쏠린 업체는 임직원들의 납품비리 등이 잇따라 적발됐던 롯데홈쇼핑이었다. 결국 재승인을 허가받았지만 사업권이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깎였다. 롯데홈쇼핑이 이번 징계를 이중처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이 임직원의 범죄 사실을 8명에서 6명으로 축소해 과락을 피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난 2월 감사 결과다. 미래부는 이번 중징계를 롯데홈쇼핑에 대한 감사원의 조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홈쇼핑은 행정 착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재승인 과정에서 사업계획서를 두 차례 제출했는데 1차 때는 비리 임원 수를 모두 기재했다가 이름까지 적어야 했던 2차 때 일부가 누락됐다”며 “당시 신헌 전 대표 등은 1심이 진행 중이라 배임·수재 혐의가 확정이 안됐던 터라 심사 기준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확실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미래부 담당자와 계속 소통했고 별다른 보완 요청을 하지 않아 우리는 이상이 없는 걸로 받아들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미래부는 감사원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내부에선 행정소송 등도 검토 중이다.

홈쇼핑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내년 3월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는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심사 기준이 이전보다 까다로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징계 사태로 ‘납품비리’와 ‘갑질’ 등 홈쇼핑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다시 확산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성희·이윤주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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