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인 위령비 방문안해..한인 희생 언급은 성과

입력 2016. 5. 27. 21:56 수정 2016. 5. 2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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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에서 연설하는 오바마 (AFP.연합뉴스)
히로시마 평화공원내 한국인 위령비 [ AFP=연합뉴스 ]

(히로시마=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廣島) 방문과 관련해 한국에서 기대를 모았던 한국인 위령비 헌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27일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찾은 오바마는 히로시마 원폭으로 목숨을 잃은 일본인과 한국인, 미군 포로 등 모든 희생자들의 명단이 있는 위령비(정식명칭: 히로시마평화도시기념비·통칭: 원폭사몰자위령비)에 헌화했지만 그로부터 서북쪽으로 약 150m 떨어진 한국인 위령비는 찾지 않았다.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위해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중재하는데 힘써온 오바마 입장에서 한일 양국을 동시에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국인 위령비를 방문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존재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한국인 위령비는 군인, 군무원, 징용공 등 강제로 끌려오거나 자발적으로 온 이들을 포함해 히로시마에 살던 약 10만 명의 조선 출신자 중 원폭으로 희생된 약 2만 명(추정)을 추도하기 위해 건립됐다.

오바마가 이곳을 찾았더라면 식민지배와 원폭이라는 이중의 비극에 신음했던 한국인을 위로함으로써 또 하나의 동맹국인 한국을 배려하는 행보가 될 수 있었다.

오바마의 헌화가 예정돼 있는 위령비에 한국인 희생자의 이름도 봉납돼 있긴 하지만 한국인 피해자들을 별도로 추도한다면 그것은 이번 방문이 일본의 과오에 대한 '면죄부 주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가 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인 피폭자들을 중심으로 오바마의 한국인 위령비 헌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한국 외교 당국은 실현을 위해 '총력태세'로 움직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미 외교라인은 위령비 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관심'을 인지시키는 수준이었고, 대일 외교 라인은 지난 17일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일본이 수년간 외교력을 투입해 성사시킨 사안에서 한국인 위령비 문제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한일관계에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의식했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더불어 한국인위령비 방문을 강하게 요구했다가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외교라인이 입을 데미지도 의식했을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오바마가 "우리는 10만 명 이상의 일본인 남성과 여성, 아이들, 수천명의 한국인, 십여명의 미국인 포로들을 애도한다"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들의 존재를 일본·미국인 희생자와 함께 언급한 것은 의미를 부여할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식민치하에서 다수가 징용·징병 등으로 끌려온 사실 등 한국인 희생자가 나온 배경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전세계가 주목한 연설에서 한국인의 희생을 상기시킨 것은 위령비 문제를 둘러싸고 제기된 한국인의 목소리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이 한국인 피폭자의 존재를 거론한 것은 전례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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