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된 '원영이 사건' 재판.."미안하다 원영아"(종합)

입력 2016. 5. 27. 19:48 수정 2016. 5.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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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사실 조목조목 읽자 가득 찬 방청석서 눈물 쏟아져 원영이 누나 "불쌍한 아빠 보호해 주세요" 기도문 소개

검찰 공소사실 조목조목 읽자 가득 찬 방청석서 눈물 쏟아져

원영이 누나 "불쌍한 아빠 보호해 주세요" 기도문 소개

(평택=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27일 오후 2시 '원영이 사건' 첫 공판이 열린 수원지법 평택지원 23호 형사중법정.

100여석에 달하는 방청석은 7살 짧은 생을 마감한 원영이를 기억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방청객 사이에는 원영이 유가족들도 있었다.

재판부의 호명에 녹색 수의를 입은 계모 김모(38)씨와 하늘색 수의 차림의 친부 신모(38)씨가 법정으로 들어서자 방청석에서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나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사실은 수사기관이나 언론을 통해 나온 것"이라며 "재판을 통해 피고인들의 말을 들어봐야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며 흥분한 방청객들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이 시작되자 방청객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검찰은 죄명, 사안의 배경, 공소사실 요지 등을 PPT 자료로 만들어 15분간 조목조목 설명했다.

자료에는 2013년 5월 김씨와 신씨가 동거를 시작한 시기부터 지난 2월 초 원영이가 숨질 때까지 가해진 끔찍한 학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특히 지난 2015년 11월부터 3개월간 화장실에 갇혀 하루에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원영이가 락스 학대·찬물 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숨진 사실을 밝히자 이곳저곳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재판부가 "피해자가 화장실에 24시간 내내 갇혀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갇히고 꺼내지길 반복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검찰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24시간 내내 갇혀 있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또다시 "피고인들도 샤워를 하거나 용변을 봤을 것 아니냐"고 물었고, 검찰은 "그때마다 피해자는 벽을 바라봤다. 계모 김씨는 기분이 나쁠 때면 화장실 청소 도구로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밝혔다.

계모 김씨와 친부 신씨는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릴 뿐, 범행 이유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김씨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

김씨 변호인은 "두 사람이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막상 아이를 키우려니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며 "피고인은 남편과 함께 잘 살고 싶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미워서 그런 게 아니다. 아이에게 잘해주면 오히려 (계모로부터 학대 당하는 등)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 우려됐다"고 진술했다.

재판이 끝난 뒤 방청객들은 "피고인은 살인자다", "용서하지 않겠다", "미안하다 원영아"라고 소리쳐 법원 직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한 방청객은 "시간이 날 때마다 법정 최고형에 처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부터 법과 제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유가족은 "답답하다"며 흐느낄 뿐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이 사건 또다른 피해자인 원영이 누나(10)의 변호인이 나와 아이가 쓴 기도문을 소개했다. 기도문은 원영이 누나가 원영이의 실종 당시 쓴 것이라고 변호인은 전했다.

변호인은 "원영이 누나는 '불쌍한 아빠를 보호해주세요. 동생을 구원해주세요'라는 등의 기도문을 썼다"며 "아이는 재판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모르고 있지만, 피고인에 대한 원망보다는 연민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원영이 누나는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며 "피고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면담해 의견서에 담아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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