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청송 농약소주사건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마을은..

피재윤 기자 2016. 5. 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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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뜨면 보던 이웃들 사건이후 한번도 안모여
농약소주 사건이 발생했던 경북 청송군 현동면의 한 마을 골목길. 2016.5.27/뉴스1 © News1

(대구ㆍ경북=뉴스1) 피재윤 기자 = '농약소주사건'이 발생한 지 80일째인 27일 경북 청송군 현동면의 농촌마을.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낯선 사람을 향해 개짓는 소리만 들릴 뿐 주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을을 한바퀴 도는 동안 어렵게 밭일을 나가는 한 주민과 마주쳤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낯선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넓은 마을의 들녘에서 혼자 땅을 갈던 70대 할머니에게 다가가자 역시 경계심을 드러냈다.

"요즘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모이느냐"고 묻자 대답을 망설이던 할머니는 "분위기가 이런데, 사람이 모이겠느냐"고 한 뒤 호미를 내려놓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70여일간 수사를 벌인 경찰은 지난 26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농약을 마시고 숨진 주민 A씨(74)를 '농약소주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할머니는 "경찰은 A씨가 용의자라고 하는데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발표만 하면 그만이지만, 남아 있는 A씨 가족은 어떻겠느냐. 눈만 뜨면 매일 보던 이웃들이었는데"라며 혀를 찼다.

사건이 일어나자 경찰은 마을 주민 중 어린이와 고령자 11명을 제외한 전 주민을 상대로 수차례의 탐문수사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했다.

'농약소주사건' 이후 이 마을 주민들은 단 한번도 모임을 갖지 않았다고 한다.

"온 동네가 난데없는 농약사건으로 엉망진창이 됐다"며 탄식하던 할머니는 "경찰 수사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청송 농약소주사건'은 지난 3월9일 오후 9시40분쯤 청송군 현동면의 마을회관에서 소주를 나눠 마신 주민 B씨(68)와 C씨(63)가 '전신마비' 증상을 보이며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다음날 오전 C씨가 숨졌다.

같은달 31일 오전 8시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A씨가 자신의 축사 옆에서 음독해 숨진 채 발견됐다.

청송경찰서는 지난 26일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음독 사망한 주민 A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ssana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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