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우발적 범죄, 우리 사회가 불안하다..5대 강력범죄 3건중 1건

박인옥 2016. 5. 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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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3월 11일 제주시의 한 골목에서 뒤따라오던 김모씨(34)에게 둔기로 머리를 폭행당했다. 갑작스럽게 충격을 받은 A씨는 땅바닥에 쓰러졌지만 김씨의 폭행은 계속됐다. 마구잡이 폭행으로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까지 일부 파손됐다. A씨는 가까스로 달아나 목숨을 건졌지만 온몸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황당한 것은 경찰서에서 범인을 확인해보니 생전에 본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원한관계에 의한 폭행도 아니었다. A씨는 경찰로부터 우발적인 '묻지마 범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법원은 김씨에게 "일면식도 없는 상대를 무차별 공격한 점에서 사회적 위험성이 크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묻지마 살인, 충동적 폭력 등 '우발적 범죄'로 우리사회가 공포에 떨고 있다. 우발적 범죄는 사전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지난 17일 새벽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 역시 마찬가지로 경찰은 분석한다. 우발범죄는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발생할지 알 수 없어 예방조차 어렵다.

■"산책 나간 공원, 사람이 무섭다"
27일 경찰청이 발간한 '2012-2014년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2014년 살인 범죄(살인 미수포함) 1022건 중 346건(33.8%), 폭력 범죄 35만 8275건 중 15만 2406건(42.5%), 강간 및 강제추행 1만 9306건 중 6333건(32.8%)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죄로 나타났다. 생활비 부족 등이 범행 동기로 알려진 강·절도 역시 지난해 발생한 9만7723건 중 2만7187건(27.8%)이 우발적이었다. 5대 강력범죄 3건 중 1건 이상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범죄인 셈이다.

2012년부터 3년간 5대 강력 범죄의 범행동기를 분석한 결과, 우발적인 경우가 다른 범죄요인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5대 범죄 근절을 위해 꾸준히 예방책을 발표했으나 묻지마 범죄로 발생하는 우발 범죄는 확산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범죄가 장소와 시간 관계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측이 불가능해 사회 불안까지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강원 춘천에서는 평소 형의 상습적 폭력에 시달린 임모군(16)이 충동적으로 주방에 있던 흉기를 이용, 형의 가슴 부위를 찔러 사망케한 사건이 발생했다. 재판에서 임군은 "충동을 참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 어려워 '심각'
우발 범죄가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뚜렷한 예방책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감정을 조절, 통제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게 우발적 범죄"라며 "사람마다 우발적 범죄 징후가 있고 없고를 미리 알아내 예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을 겪은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있다.

시민 김모씨(33)는 "공원에 운동하러 나갔다가 모르는 사람이 가까이 오면 불안해서 몇번씩 쳐다보게 된다"며 "공원에 사람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경우 신경이 더 쓰이고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강남역 살인 피해자 추모장을 찾은 이모씨(25)는 "이번 범죄는 누구나 그 자리에 있었다면 대신 범죄를 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크다"며 "묻지마 범죄가 계속 발생하면서 사람에 대한 믿음보다 의심과 불안이 더 커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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