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정민규와 공간 디자이너 박새난슬 부부의 캐릭터 하우스

2016. 5. 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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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작품과 아트워크, 일반적이지 않은 공간 구성과 과감한 마감재 사용 등 상업 공간에 개성을 부여하는 다양한 작업을 해온 건축가 정민규와 공간 디자이너 박새난슬 부부. 그들의 두 번째 특별한 프로젝트.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집, 취향을 배분하다

경기도 광주 오포에 위치한 주택은 정민규, 박새난슬 부부와 어머니의 공간으로 3년여에 걸쳐 조금은 느리게, 서서히 완성해온 집이다. 어머니와 부부 모두 공간에 대한 애착이 크고 주관이 확고한 편. 남다른 개성을 가진 부부는 유니크한 디자인도 과감하게 시도하며 즐기는 반면 어머니는 동양적인 무드의 차분하고 내추럴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극명하게 다른 2가지 취향이 충돌하거나 겉돌지 않게 잘 버무려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래서 부부는 설계 단계부터 어머니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가구 하나, 소품 하나까지 공유하며 편안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복 많이 들어오라고 일반적인 규격보다 2~3배 정도 크고 널찍하게 디자인한 현관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중정과 마주하게 된다. 집 한가운데에 마련한 중정은 설계 단계부터 정해놓고 시작한 일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밀 것인지 일본식 정원으로 할지 고민했는데, 차경 효과를 고려해 관리하기 쉽고 사계절 모두 푸르른 소나무 한 그루로 포인트를 주었다. 중정과 통유리로 꾸민 탁 트인 공간은 중정이 가진 동양적인 무드가 돋보일 수 있도록 젠 스타일로 꾸몄다. 천장은 한지의 부드러운 불빛 번짐을 닮은 바리솔로 모두 다른 크기의 사각형을 모아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모듈 조명을 만들었다. 바닥은 한옥의 기와 색과 같은 까만 돌을 깔았는데, 보통은 외장재로 많이 쓰이지만  청소 등 관리가 편해 과감하게 집 안에 들였다. 중정 건너는 널찍한 테이블과 아일랜드 바가 있는 다이닝 공간이다. 고재 느낌 나는 다이닝 테이블의 두툼한 상판은 직접 만들었다. 집짓기를 시작할 때쯤 지방까지 내려가 직접 나무를 보고 고른 다음 원하는 크기로 잘라 와, 3년여간 공사장 한편에 두었다. 비바람을 맞히고 건조시키며 자연스럽게 고재의 느낌을 덧씌웠던 것. 대패질 등 마무리 다듬기는 고재를 잘 다루는 한옥 목수에게 부탁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에곤 실레의 드로잉 작품으로 벽면을 채우고 화이트 컬러의 임스 라운지체어로 놓치기 쉬운 코지 공간에 표정을 주었다. "

1. 현관을 중심으로 중정 반대쪽에는 정민규, 박새난슬 부부의 취향이 담긴 공간이 위치한다. 마치 원룸 구조처럼 간단히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아일랜드 조리대가 달린 거실과 공간의 확장감을 고려해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한 심플한 침실이 있다. 안쪽에는 드레스 룸과 널찍한 욕조를 가진 욕실도 알차게 넣었다.

2. 어머니가 선물한 유니온 플래그 모티프의 스메그 냉장고와 박새난슬 씨가 프랑스 여행 중 구매한 체어, 포르나세티 플레이트와 옵티컬 패턴 쿠션 등 하나같이 개성 넘치는 오브제들이 부부의 공간에서 조화로운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3. 다이닝 룸의 아일랜드 바 위 잉고 마우러의 조명은 원래 하얀색 메모지로 만들어졌지만 검은색으로 바꿔 유니크하게 연출했다.

4. 아일랜드 바와 1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널찍한 테이블이 있는 다이닝 공간. 가공하지 않은 원목을 공사장 한쪽에서 3년여간 비바람을 맞히고 건조시켜 만든 다이닝 테이블 위에는 누에고치실을 짜서 만든 펜던트 조명을 달았다. 다이닝 테이블과 아일랜드 바 사이 벽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시선이 닿는 부분. 어머니가 좋아하는 에곤 실레의 드로잉 작품으로 벽면을 채우고 화이트 컬러의 임스 라운지체어를 놓아 코지 공간으로 활용했다. 아일랜드 바는 보조 주방 역할을 하고, 아일랜드 바 뒤로 통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본격적인 조리 공간인 메인 주방이 숨어 있다.

컬렉션을 담은 룸 갤러리

박새난슬 씨는 어릴 적부터 바비 인형과 피규어, 디자인 토이 등을 모아왔다.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인 그녀의 컬렉션들이 집 안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2층은 그녀의 작업실 겸 취미 공간이다. 4년 전 설계를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미혼이었던 그녀는, 2층 전체를 자신의 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침실을 통유리로 계획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사이 결혼을 하게 됐고, 얼마 전엔 사랑스러운 유현이까지 태어났다.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지금은 온전히 취미와 작업 공간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몰딩으로 장식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열리는 문을 통과하면 하나로 탁 트인 그림 같은 갤러리 공간이 나온다. 널찍한 욕조와 지난 20여 년간 모아온 컬렉션, 역사적으로 가장 기이한 화가로 꼽히는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그린 <쾌락의 동산> 등 박새난슬 씨를 설레게 하는 물건들이 여기 다 있다.

자연광이 스미는 널찍한 욕실은 아늑하고 쾌적한 분위기가 남다르다. 부부가 이 집을 지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바로 가족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휴식 같은 집. 가족에게 욕실은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는 힐링 공간이다. 집에는 욕실이 3개 있는데, 하나같이 널찍하고 디자인 포인트 등 전체적인 스타일은 물론 수전 하나까지도 다른 것을 쓸 정도로 세심하게 챙겼다. 특히 2층 욕실에는 길게 뻗은 화이트 수전을 설치하고 싶어 한참을 찾았는데, 한스그로헤에서 원하는 모양을 발견하고 구매했다. 이 집에는 네모반듯하거나 동그란 모양의 평범한 세면대는 없다. 액상 대리석을 이용해 각각 원하는 디자인으로 특별하게 조형했다. 박새난슬 씨는 공간을 디자인할 때 작은 소품까지 구체적으로 구상한 다음 밑그림을 완성시켜줄 제품을 찾아 나선다. 마땅한 것이 없으면 제작도 즐겨 해서,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소품들이 집 안 곳곳에 숨어 있다.

"룸 갤러리에는 널찍한 욕조와 20여 년간 모아온 토이 컬렉션, 역사적으로 가장 기이한 화가로 꼽히는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그린 <쾌락의 동산> 등 박새난슬 씨를 설레게 하는 물건들이 모두 모여 있다. "

1. 유리벽을 세우고 문에 동그란 창을 낸 침실. 안쪽에는 이국적인 패턴 타일로 포인트를 준 욕실이 있다.

2. 17세 때 보고 매료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동산> 작품이 놓인 공간. 빈티지 가죽소파와 펜던트만으로도 공간이 꽉 차 보인다.

3. 몰딩으로 장식한 클래식한 무드의 2층 도어 입구. 영화 <스타워즈>의 대표 캐릭터인 다스 베이더와 스톰트루퍼의 대형 피규어로 위트 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4. 두 면이 통창으로 이루어진 2층 욕실. 이국적인 패턴 타일로 마무리한 욕조가 공간에 포인트가 된다.

5. 박새난슬 씨와 그녀의 오빠가 어릴 적부터 모아온 피규어 컬렉션들은 장식장에 고이 모셔두기보다 테이블 위, 복도 등으로 가지고 나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간에 위트를 더하는 일등공신들이다.

가족의 역사를 기록하는 공간

1층 안쪽 다이닝 룸과 맞닿은 유리 벽면 너머에 어머니의 공간이 있다. 할아버지가 썼던 해군 모자, 14세 때 한 달을 졸라 앤티크 숍에서 구매한 오르골, 20여 년 전 대구에 살던 시절 며칠간 서울에 머무르며 쇼핑했던 테이블 조명, 1993년 구매한 신진 작가의 작품 등등, 이곳에는 가족의 역사와 추억이 담긴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어머니의 취향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오래전부터 쓰던 물건과 새로 산 물건을 한데 둬도 이질감 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고민해서 구매해야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아껴가며 쓸 수 있다는 것이 어머니의 지론이다. 가족의 역사가 담긴 물건과 장식적 효과가 있는 소품이나 가구들은 마치 전시하듯 오픈시켜 디스플레이하고, 나머지 살림살이들은 거실에서부터 다이닝 룸까지 벽 전체에 짜 넣은 수납장에 넣어 숨긴다. 취미인 다도를 즐길 수 있도록 어머니의 서재는 집 안에서 유일하게 좌식으로 꾸몄다. 보료를 깔고 좌식 테이블을 둔 것. 시중의 보료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하자 박새난슬 씨가 직접 천을 끊고 바느질을 맡겨 화이트와 그레이 톤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집은 마냥 예쁘게만 지을 수 없다. 한 번 지으면 수명이 적어도 20년 이상 간다. 트렌디한 인테리어보다 가족의 취향에 딱 맞는 편안한 집이기를 바랐기에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가족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집을 지으며 가족은 더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이제는 3대가 된 가족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길 집에 밝은 빛이 깃든다.


1. 마음에 드는 목재를 구매해 직접 제작한 좌식 테이블과 역시 직접 제작한 보료 등 정성 들여 꾸민 어머니의 공간.

2. 17~18년 전 구매한 침구와 1993년 사들인 신진작가의 작품 등 박새난슬 씨의 어머니는 깊이 고민하고 고른 물건은 쉽게 버리지 않고 오래 두고 사용한다.

3. 할아버지의 해군 모자, 어머니가 어릴 적 선물해준 오토바이 모양의 라디오와 조명, 박새난슬 씨가 하나 둘 모아온 빈티지 소품들을 전시하듯 진열해둔 선반. 집을 지을 때 남은 자투리 목재로 만들었다. 독특한 화이트 화기는 마카오 여행 중 발견하고 구매했다.

4. 레터링으로 장식한 도어. 하단의 이니셜은 각각 식구들 것이다.

5. 어머니의 욕실. 손을 자주 씻는 어머니를 위해 세면대는 밖으로 빼고 베이지 톤 타일로 내추럴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6. 중정의 풍경이 고스란히 실내로 들어오는 거실. 제작한 골드 메탈 펜던트를 유리 벽면에 늘어뜨려 오브제처럼 장식했다.


기획 : 전수희 기자 | 사진 :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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