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는 증권사들]②저축은행 사태의 향기가 난다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증권사의 신용등급이 꾸준히 내림세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가 급증하면서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6개 증권사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지난해 초 신용등급 'A+'를 자랑하던 한화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이 연말에 'A'를 기록했다. 리딩투자증권은 'BB'에서 'BB-'으로 떨어졌다. HMC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내려갔고, LIG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의 등급감시 수준은 'A'에서 'A(하향검토)'로 낮아졌다.
신용평가사들은 해당 증권사의 신용등급 하락 원인으로 부동산 PF 확대에 따른 우발채무 증가를 꼽았다. 우발채무란, 지금은 부채가 아니지만 채무자 파산 등의 사건이 일어나면 대신 갚아야 하는 빚을 말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증권업계의 합산 우발채무 잔액은 총 24조1000억원이다. 지난 2011년 3월 7조4000억원보다 225% 증가한 것이다.
우발채무의 질도 문제다. 증권사가 최종 상환책임을 지는 신용공여형 채무가 급증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된다는 게 신용평가업계의 설명이다.
HMC투자증권과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3개사는 스스로 낮추기도 했지만, 대부분 회사는 늘리기 바빴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현대증권, NH투자증권 등 3사의 우발채무는 7조9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는 증권사가 대거 투자한 부동산 PF의 위험성을 현실로 만들 방아쇠가 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2분기 1.3%에서 올해 1분기에는 0.2%로 줄어들었다. 이미 각계에서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발표한 '한국 증권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국의 증권사들이 확대하고 있는 기업신용대출 등이 증권사들의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램 노드 무디스 이사는 "한국 증권사들의 우발채무는 최근 5년 만에 20조원 이상 급증했다"며 "영업환경 악화에 따라 대체 수익원을 추구하면서 자산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부동산 PF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로 큰 위기를 겪었던 저축은행 사태를 떠올리는 전문가들도 있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증권사 우발채무 증가를 보면 과거 부동산 PF 투자로 대규모 부실이 문제가 됐던 저축은행이 떠오른다"며 "PF 규모 증가, 부동산 경기 불황, 공격적 영업 등 유사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k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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