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야권의 잠룡들, 승천 위한 여의주는 호남민심

최경민 기자 2016. 5.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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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승리, 탈고립, 정권쟁취 그리고 전략적 투표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승리, 탈고립, 정권쟁취 그리고 전략적 투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2015.12.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흔히 유력 대권주자를 의미하는 잠룡(潛龍)은 '연못 아래 숨어있는 용'을 뜻한다. 대권을 쥔다면 제왕의 지위에 올랐음을 뜻하는 비룡(飛龍)이 되는 셈이다. "잠룡이 비룡이 되려면 천명(天命)이 필요한데 천명은 곧 민심(民心)"이라고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설명했던 바 있다.

야권의 잠룡들에게 가장 필요한 민심은 '호남민심'이다. 야권의 심장으로 불리는 호남은 지난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에 회초리를 쳤고, 국민의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호남의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느냐가 더민주 잠룡들의 숙제일 것이고, 호남의 지지를 수성하느냐가 국민의당 잠룡들의 과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호남민심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이겨달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민주와 문재인 전 대표의 인기가 호남에서 떨어진 것도 이 지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호남이 문 전 대표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음에도 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한 번 패배한 후보에게 다시 지지를 보내는 것은 승리에 대한 열망이 큰 호남인들에게 힘든 일이다.

또 하나의 민심은 "고립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한 호남출신 야권 인사는 "광주와 호남에는 5·18 민주화운동 때 전국적으로 고립을 당한 채 부모·자식이 학살당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며 "언제나 다시 고립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 불안감을 씻어줘야 호남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를 모으면 "반드시 승리해서 고립되지 않게 해달라"로 호남민심을 압축할 수 있다. 총선까지의 호남민심은 '문재인이 버티고 있는 더민주로는 이길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또 고립된다'는 것이었다. 고립을 풀어줄 대상으로 안철수 공동대표의 국민의당을 봤고, 더민주에 대한 지지를 동시에 철회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더민주가 호남의 지지없이 지난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승리를 거뒀다. 더민주의 한 재선의원이 "아마 호남인들이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더민주가 그대로 죽을 줄 알았는데 당당하게 원내 제1당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인들이 고립을 피하기 위해 국민의당을 택한 것으로 인해 오히려 호남인들 자신들이 고립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제외하면 안철수·김성식 두 명의 당선인을 내는데 그친 반면 더민주는 수도권을 석권하고 영남과 충청 등에서 다수의 당선인을 배출했다.

더민주 잠룡들에게 열린 공간은 이 지점이다. '승리'의 가능성과 '탈고립'의 가능성을 더민주가 모두 보여줬다. 호남이 가진 서운한 감정에 대한 달래기에 잘 나서면 호남이 지지하는 대선후보가 될 수 있게 됐다. 호남없이 총선을 승리했다지만, 여야 간 극한의 세대결 양상을 보이는 대선은 총선과 다르다. 호남없는 대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손학규 전 상임고문(왼쪽), 문재인 전 대표. 2014.6.13/뉴스1

호남민심 사로잡기는 말처럼 쉽지는 않을 듯 하다. 문 전 대표의 경우 여전히 '한 번 나왔던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강진에서 칩거를 풀고 정계복귀를 준비하는 듯 보이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이미지는 좋지만 총선에서 아무런 역할을 한 게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호남에서 인지도가 아직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각자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공동대표는 다음 대선까지 호남의 수성에 나서야 한다. '승리'와 '탈고립'을 호남에 보장해줘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아직까지는 호남의 패권을 쥐고 있지만 이 두 가지의 호남민심을 충족하지 못했을 시 급속하게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와중에서 새누리당과의 연정 및 합리적인 비박 인사 영입 등이 거론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남 세력과 손을 잡아 승리의 가능성도 높이고, 호남인들의 고립감도 해소할 수 있는 한 수였다. 하지만 이 수의 경우 또 다른 호남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한 호남출신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다음처럼 설명했다.

"호남의 민심이 이기라는 것이기는 한데 무조건 이기라는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빼앗아 오라는 것이다. 현재 정권의 연장에 동조한 것으로 비춰진다면 절대 호남민심을 지킬 수 없다. 그렇기에 연정이나 새누리당과의 통합은 갈 수 없는 길이다. 그런 수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호남민심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것이다."

호남민심은 이같이 복잡·미묘하지만, 정치권에서 이구동성으로 "확실하다"고 말하는 부분도 있다. 호남이 대선에서 전략적인 투표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권 인사들은 호남인들이 야권에 복수의 후보가 나왔다고 해도 가장 확실하게 이길 수 있고, 고립을 피하게 해줄 수 있으면서, 정권을 빼앗아 올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 유력하다고 주장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등 정국은 급격하게 대선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 야권에서 호남민심의 지지를 받는 잠룡은 누가 될 것인지, 호남이 단 한 명의 잠룡에게 전략적 투표를 할 것인지, 그 잠룡이 마침내 비룡이 돼 승천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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