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지나친 국가 중심적 역사교육 틀 바꾸자"

이훈성 입력 2016. 5. 2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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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ㆍ세계사 통합 등 제안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논쟁이 정부의 교과서 편찬 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을 넘어 바람직하고 원칙 있는 역사교육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 및 교단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물론이고 국정화 반대 진영 또한 역사를 국가 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관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이 소모적인 ‘역사전쟁’이 반복되는 근본 요인이라며 역사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병철 신라대 교수는 한국역사교육학회가 지난 3월 발행한 ‘역사교육연구’ 최신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한국의 역사학은 지극히 자국사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며 “역사 및 역사교육의 가치와 목적은 국가 중심의 패러다임 속에서 이해돼 왔고, 국정화에 반대했던 일부 진보 진영 역시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그 사례로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에 유관순 관련 내용이 포함됐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일어난 점을 거론하며 “국정화 논쟁이 역사와 역사교육의 본질을 간과한 채 소위 정확한 과거 사실과 올바른 역사 해석을 둘러싼 일종의 ‘소유권 분쟁’으로 전락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오늘날 많은 역사가들은 과거를 본연의 모습 그대로 복원할 수 있다는 믿음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역사교과서가 ‘무엇’을 다루고 배제해야 하는지에 매몰된 내용 담론을 넘어 세계화ㆍ다원화된 환경에 맞춰 역사교육의 방법론적 기준을 새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학술지 ‘역사와 교육’최신호에서 “국정화 반대 운동이 국가주의가 갖는 반자유주의ㆍ반민주주의적 속성에 대한 투쟁이 되지 않고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를 반대하는 운동의 양상이 된 것은 역사교육이 애국심 교육이라는 통념을 부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학생들의 미래 설계에 도움이 되는 역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역사교육의 초점을 민주시민 형성에 맞출 것 ▦한국사ㆍ세계사를 통합하고 현재에 가까운 역사의 비중을 늘릴 것 ▦교사의 자율적 교재 선택 및 재구성 권한을 보장할 것 등을 제안했다. 윤세병 유성생명과학고 교사는 같은 지면에서 역사교육에 있어 다원성과 관용의 관점을 넓힌 유럽평의회의 ‘유럽의 역사와 역사교육’ 권고안(2001), 국가 주도의 공식적 역사 서술을 배제할 것을 권고한 국제연합(UN) 보고서(2013)을 소개하며 국제적 표준에 부합하도록 역사교육 방향을 설정할 것을 제언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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