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erSports] 암퇴치 앞장서고 성적도 꾸준.. LPGA 커, 하늘이 돕네

입력 2016. 5. 26. 22:00 수정 2016. 6. 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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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퀄리파잉 스쿨에서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와 공동 1위로 통과한 크리스티 커(39·미국·사진)는 박세리가 1998년 맨발의 투혼을 불사르며 최고 권위의 US여자오픈을 제패하는 등 한창 잘 나갈 때 도통 성적을 내지 못했다. 아마추어 시절 플로리다주 여자 챔피언십을 3연패(1993∼1995년)하고, 1996년엔 US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제패했지만 프로에 와서는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주니어 시절 80kg이 넘는 ‘뚱뚱녀’에 안경을 쓴 외모로 놀림의 대상이던 커는 이후 30kg을 감량하며 실력은 물론 외모로도 미국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신장 160㎝의 비교적 작은 키로 근육질도 아니다. 물론 장타자도 아니다. 탐낼 만한 교과서적인 스윙도 갖고 있지 않다. 더구나 골프 연습에만 매달릴 정도로 한가하지도 않다. 자신의 불임증으로 대리모를 통해 얻은 아들을 둔 워킹 맘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조건을 딛고 2002년 10월 LPGA 롱스드럭스에서 뒤늦게 첫 우승을 맛본 커는 평소 마음속에 담았던 ‘의미 있는 행동’을 개시한다. 바로 유방암에 시달리는 불우 여성을 위한 자선사업이다. 자신의 어머니 린다가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되자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우승상금을 쾌척한 뒤 자선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얼마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뒤늦게 첫 우승을 신고한 ‘달걀골퍼’ 김해림(27·롯데)이 우승상금 전액을 기부한 것과 마찬가지다.

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행사를 통해 75만달러의 기금으로 ‘크리스티 커 여성건강센터’를 설립했다. 유방암 전문 치료기관이다. 시작은 미미했다. 버디를 할 때마다 50달러, 이글을 하면 100달러씩 적립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매년 자선골프 행사를 열어 350만달러의 유방암 퇴치기금을 조성했다. 여성건강센터는 이제 첨단 장비와 고급 의료진을 갖춘 뉴저지주를 대표하는 전문병원이 됐다.

치료비는 물론 전액 무료다. 그의 자선행위가 입에서 입으로 번지면서 폴라 크리머(미국), 산드라 갈(독일) 등 LPGA멤버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의 강타자였던 마이크 피아자, 미식축구 선수인 래리 피츠제럴드 등 유명 스포츠 스타들도 합류했다. 최고급 병원을 운영하는 데 투어에서 벌어들이는 상금으로 모자라자 커는 미국 대표 와인산지인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와이너리를 차렸다. 이곳에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여성건강센터’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커는 지난해에도 2승을 올리며 통산 18승(메이저 2승 포함)을 기록 중이다. 불혹의 나이를 앞둔 커는 올 시즌에도 꾸준한 성적을 보이며 세계랭킹 19위에 올라 동기인 박세리(371위)를 압도하고 있다. 아내, 아이의 엄마, 병원 이사장, 와인사업 등 1인5역을 해야 하는 ‘슈퍼 우먼’인 그는 남을 돕고 기부하니 골프 성적도 저절로 좋아지는 것 같다고 자주 말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이탈리아의 속담이 떠오른다.

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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