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옥시 사태에 아날로그로 회귀

최은영 2016. 5. 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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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약 대신 모기장, 공기정화는 숯·식물로'노 케미'족, '자연인'으로 진일보이달 들어 모기장 2배, 공기정화식물 20배 판매 늘어건강에 '플러스' 되는 '마이너스 라이프' 확산
롯데마트 ‘페이지 그린 텃밭’ 광교점.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탈취제, 방향제 대신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달 들어 롯데마트의 공기정화식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배 넘게 늘었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두 살배기 딸을 키우는 주부 김 모(36)씨는 최근 아기 침대에 모기장을 달았다. 결혼 전 분사형 모기약을 사용하다가 출산 후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전기 콘센트에 꽂아 쓰는 모기약으로 바꿨지만 사람 죽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이 또한 믿을 수 없단 생각이 들어 모기장을 새로 장만했다.
최근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진 모기장.
평소 건강을 생각해 샴푸 대신 베이킹 소다를 물에 희석해 머리를 감아온 ‘노푸족’ 직장인 윤 모(54)씨는 최근 집에 있던 치약도 쓰레기통에 버렸다. 매일 아침 치약 대신 소금으로 양치를 한다.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친환경 또는 천연 제품을 사용해 건강을 지키려는 ‘에코 컨슈머’가 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몇 년간 계속됐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화학제품을 거부하는 ‘노 케미(No-chemi)’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연 그대로의 생활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사람들의 일상을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으로 돌려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모기장이다. 26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이달 들어(5.1~25) 모기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늘어난데 반해 모기장 판매는 120.1% 증가했다. 이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본격적인 여름을 맞아 모기약 매출은 15.3% 신장했지만 모기장 판매는 115.0% 두 배 이상 크게 늘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모기약을 찾는 이들은 9% 줄고 모기장, 전기 모기채, 방문과 현관 등에 설치해 모기와 해충의 침입을 막는 방충망, 모기장 등의 판매는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모기가 싫어하는 계피향 등 식물 자체의 특성을 이용해 모기를 쫓는 모기팔찌 112%, 원터치 모기장 72%, 전기모기채·파리채 68%, 사각모기장 54% 순으로 찾는 이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계피 달인 물을 분무기에 넣고 집안 구석구석에 뿌려 모기를 쫓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해충퇴치 식물을 집 안에 두고 키우기도 한다. 식물이 뿜어내는 산소는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어 탈취제, 방향제 대신 쓰이기도 한다.

실제 롯데마트에서 공기정화식물의 판매량은 이달 들어 20배 이상(2306.8%) 폭증했다. 공기정화식물은 일반적으로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3~4월 판매가 늘었다가 5월에는 주춤해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최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가 롯데마트가 지난 달 말부터 일부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원예 체험 카페 특화 매장 ‘페이지 그린 텃밭’ 판촉행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인터넷에는 밀가루와 물, 식초를 2:1:1 비율로 섞어 굵은 소금을 첨가하면 천연 주방세제로 사용할 수 있고, 빨래를 헹구는 단계에서 구연산과 식초를 넣어주면 섬유유연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숯은 미세한 구멍을 통해 습기를 흡수하고 공기를 정화하며 건조한 날이면 습기를 밖으로 배출한다 등 아날로그적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글이 눈에 띄게 늘었다.

홍순철 G마켓 홍보차장은 “한동안 화학 성분을 최소화하거나 배제된 제품을 찾던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연 그대로의 것을 취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건강을 생각해 인위적인 제품의 사용을 줄이거나 생략하는 ‘마이너스 라이프’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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