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밸리 지금은]⑯ "직장은 판교에, 집은 위례·용인에"..내몰리는 판교발(發) 전세난민

김범수 기자 2016. 5. 2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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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신도시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을 넘어서면서 판교를 떠나 용인이나 광교 등 주변 지역으로 떠나는 판교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판교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김범수 기자
용인시 성복동과 죽정동 등은 판교 근무자들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용인시 성복동의 아파트 전경. /김범수 기자

삼성물산(028260)에 다니는 이모 부장은 지난 3월 사옥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이전하자 위례신도시의 집을 구해 이사했다. 서울 도봉구에 살던 그는 처음엔 판교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가격이 비싸 비교적 출퇴근이 쉬운 위례신도시로 눈을 돌린 것이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판교신도시 아파트는 위례신도시보다 호가가 1억~2억원 정도 높다.

보증금 1억에 월세 140만원을 내면서 판교에 살았던 김창민(45) 씨는 지난해 말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으로 이사했다. 김씨 부부의 직장이 모두 판교에 있어서 그동안 적잖은 월세를 내면서 버텼지만 자녀 교육비 등 생활비 부담이 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김씨는 “살던 곳 근처에서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 했지만 감당하기 힘들어 이사했다”고 했다.

천정부지의 판교 집값과 고삐 풀린 전셋값 고공행진이 판교 세입자들을 주변 지역으로 몰아내고 있다. 판교 집값이 서울 강남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오르면서 판교 주민들의 상당수가 위례신도시나 광교, 용인 등 주변 지역으로 내몰리고 있다. 판교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판교는 집값이 비싸서 어지간한 일반 월급쟁이들이 살기에 벅차다”고 했다.

◆ 서울보다 비싼 판교 집값…“전세도 엄두 안 나”

최근 5년 사이 판교의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기업들이 판교로 이전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현재 판교 아파트의 3.3㎡(공급면적 기준)당 평균 매매가격은 2353만원으로 2012년말 2140만원보다 10% 올랐다. 이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중 하나인 송파구(3.3㎡당 2267만원)보다 높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1669만원에서 1775만원으로 6.4% 상승했다.

판교에 있는 게임회사 직원 정주천(36) 씨는 “판교 테크노밸리가 조성되면 IT 업계도 ‘판교 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판교에서 살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오래전부터 땅값과 집값이 크게 올랐던 터라, 주변 사람들만 보더라도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꽤 된다”고 말했다.

판교원마을 3단지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7억2000만~7억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고 판교원마을 7단지의 가장 작은 면적인 56㎡도 시세가 5억3000만~5억8000만원이다. 두 아파트 모두 3년 전과 비교하면 5000만~1억원 정도 올랐다.

판교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금은 최근 5년 사이 59%가 올라 5월 현재 1846만원이다. 이는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1260만원)은 물론 서울 강남3구 아파트 평균(1761만원)보다 높다. 전용면적 56㎡ 아파트는 4억6000만원 안팎, 전용면적 84㎡는 6억3000만~6억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는데, 2년 전과 비교하면 1억~1억5000만원 정도 오른 셈이다.

소형 아파트는 전세 물건이 드물고 월세가 대부분이다. 전용면적 56㎡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 전용면적 84㎡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130만~180만원 선이다.

판교의 한 시스템통합(SI) 업체에서 근무하는 김민재(30) 씨는 “판교 주민들은 일반 월급쟁이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 같다”며 “고급 승용차를 타고 업무 시간에도 한가롭게 다니는 판교 주민을 보면 이곳이 새삼 고급 주거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 ‘판교 난민’, 위례, 광교, 용인으로 밀려나

판교에 직장을 두고 있지만, 정작 판교에 살기가 버거운 사람도 많다. 이들이 대안으로 선택하는 곳은 광교신도시와 위례신도시, 용인 등이다. 이들 지역은 판교와 직선거리로 10~12㎞쯤 떨어져 있다. 대출을 조금만 더하면 판교에서 전세를 살 돈으로 집을 장만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2014년 말 기준으로 판교테크노밸리 근로자 7만577명을 조사한 결과 분당구에서 출근하는 비율은 16%에 그쳤지만 경기 남부 지역에서 출근하는 비율은 40%였다.

위례신도시와 광교신도시의 아파트 전셋값은 3.3㎡당 평균 1135만원, 1237만원으로 판교보다 각각 30~40% 정도 낮다. 이들 지역은 최근에 입주하는 신규 단지가 많아 전셋값이 판교보다 훨씬 낮다.

판교에서 전세로 살다가 지난해 광교신도시로 이사한 조세원(45) 씨는 “판교에 있는 직장으로 이직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달라고 해 대출을 받아 광교신도시 아파트를 샀다”며 “출퇴근 시간이 길어졌지만,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의 W공인 관계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완화된 2014년 하반기부터 매매가 늘었는데, 계약자 중 판교에 직장을 둔 사람이 많았다”며 “최근에도 위례에서 전세 물건을 구하는 판교 직장인 부부들이 꽤 있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성복동과 죽전동 아파트도 판교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베드타운이다. 성복동과 죽전동 아파트의 3.3㎡당 전셋값은 각각 1132만원, 1149만원이다. 성복동 S공인 관계자는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매매와 전세 모두 찾는 사람이 늘었는데, 최근에는 ‘판교 전세난민’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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