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뜯어고친 '부양의무자'.."현실반영"vs"부작용 심각"

신현식 기자 입력 2016. 5. 26.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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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7전8기법안 열전⑤-국민기초생활보장법](1)여소야대 정국서 기준 폐지 요구 거셀 듯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the300][7전8기법안 열전⑤-국민기초생활보장법](1)여소야대 정국서 기준 폐지 요구 거셀 듯]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함께 목숨을 끊은 사건은 온국민에 충격을 줬다. 이들은 어머니는 다쳐 실직하고 큰 딸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작은 딸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빈곤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두 딸이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부양의무자'로 지정돼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이 배가됐다.
2000년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법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 국가에서 지원토록 하고 있지만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에는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에서 탈락한 32만여명중 3만8000명(11.8%)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탈락했다. 시민사회단체들 '비급여 빈곤층'을 양산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재정 부담을 우려, 난색을 표하고 있다.

◇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史=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의 역사

25일 국회 등에 따르면 부양의무자의 기준을 완화 또는 폐지하는 법안은 16대 국회(2000~2004년)이후 19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발의돼 왔다.

제정 당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부양의무자의 범위를 '수급권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으로 정했다.

사실상 남과 다름 없게 된 먼 혈족이나 연락이 끊긴 부모·자녀까지 부양의무자에 포함되면서 국가의 보호범위가 지나치게 축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6대 국회에서는 수급권자의 '직계혈족'을 '1촌의 직계혈족'으로 좁혔다. 17대 국회(2004~2008)에서는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 부문을 삭제했다.

18대(2008~2012년) 때는 곽정숙(당시 민주노동당) 의원과 최영희(당시 민주당)의원이 '배우자' 부분을 삭제, 사위와 며느리를 부양의무자에서 배제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부양의무자 규정을 아예 삭제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2년 기준 2조1534억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공 의원안을 포함한 이들 개정안은 정부측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19대(2012~2016) 들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기하는 법안(강동원 새정치연합·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이나 65세 이상일 경우 부양의무자에서 제외하는 법안(김용익·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 중증장애인과 시설 퇴소 장애인 등을 제외하는 법안 들도 다수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게 됐다.

다만 자녀가 사망했을 경우 그 사위와 며느리를 부양의무자에서 제외하는 김용익 의원의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됐다.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 부양능력 판정 기준 강화…국가 보호 범위 확대

제정법은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수급권자를 포함한 두 가구 각각의 최저생계비 합의 120%보다 많은 경우에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부양능력이 없는데도 부양의무자로 선정돼 의무자와 수급자가 모두 빈곤에 허덕이게 되는 문제도 법 제정 이래 제기돼 왔다. 결국 6년 뒤인 17대 국회에서는 120%를 130%로 상향 조정했다.

소득기준은 세모녀 사건이 벌어진 2014년 대폭 개정됐다. 당시 4인가족 기준으로 월 212만원의 소득이 있으면 부양의무자가 됐지만, 개정 이후에는 404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경우에 한해 부양의무자를 지도록 했다.

◇ "현실반영 못해" vs "도덕적 해이 우려"

16년에 걸친 개정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제도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부양의무제 기준 완화·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가족 구성원 수의 감소, 핵가족화, 가족 간의 단절과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등 현행 제도 하에서는 비급여 빈곤층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소득 양극화로 인해 갈수록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받는 것이 어려워지는 상황인데 부양 부담으로 빈곤의 대물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부양의무자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되거나 삭제될 경우 가족 간 서로 부양·지원이 약화돼 가족 해체를 촉진하는 등 사회적·문화적 부작용이 크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부양의무 범위 축소는 곧 재정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국가와 사회가 얼만큼의 부양 부담을 져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녀가 사망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자의 부양의무 조항을 완전히 삭제할 경우, 부양의무가 있는 자녀가 배우자에게 재산명의를 옮겨 부양의무를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의 발생도 우려된다.

또한 남성의 소득이 여성의 소득수준을 상회하는 현실에서 아들이 있는 부모에 비해 딸을 가진 부모들이 부양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 20대 국회 전망은

부양의무자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20대 국회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여소야대 정국을 맞아 야당 의원들은 지난 국회에서 정부·여당의 반대에 가로막혔던 해당 법안들을 다시 발의, 통과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

시민사회단체도 정치권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에는 공공노조사회복지지부와 빈곤사회 연대 등 24개 단체로 구성된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이 출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신현식 기자 hssh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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