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규제까지 풀리는데.. 택배업계 커지는 증차 목소리

허재경 2016. 5. 26.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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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인천 중구에 사는 김모(47)씨는 몇 년 전 통닭집 운영에 실패한 뒤 지난해부터 중고 화물차 ‘흰색 번호판’ 차량을 운행하며 ‘불법 택배업’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정식 택배용 차량인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합법적으로 일하고 싶지만 관계당국에서 사실상 10년 넘게 신규 발급을 중단시킨 노란색 번호판을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노란색 변호판은 3,000만원 가까운 가격에 공공연히 거래될 정도다. 김씨는 “요즘 하늘에서 배달하는 무인항공기(드론) 규제도 풀린다는데, 땅에서 더 많이 이용하는 택배 관련 규제는 도대체 언제나 풀릴 지 모르겠다”며 푸념했다.

택배업계가 현실성 없는 규제로 신음하고 있다. 택배물량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물건을 실어 나를 택배차량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택배를 우리나라에만 있는 ‘7대 갈라파고스 규제’에 포함시키고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등장한 택배서비스는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 힘 입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5년 5억6,000상자에 머물렀던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15년엔 18억1,600만 상자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택배 차량의 증차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정부가 2013년 1만2,000대, 2014년 1만2,000대를 추가 발급시킨 게 고작이다. 현재 총 3만2,000여대인 노란색 번호판 차량으로는 급증한 택배 물동량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2004년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 발급기준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신규 발급도 중단했다. 2003년 화물연대의 대대적인 파업 당시 불거졌던 화물차량 포화에 따른 운송단가 인하와 재하청 구조 심화 등의 부작용 등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화물연대 파업을 야기시킨 대형트럭은 물론 소형인 택배차량까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데 있다. 대형 화물트럭과 소형 택배 차량은 시장과 영업 형태가 전혀 다른데도 똑 같은 잣대로 규제하면서 실효성 없이 혼란만 부추긴 셈이다.

택배업계가 별도의 ‘택배법’ 제정을 역설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택배 차량은 대형 트럭과는 엄연히 시장 환경이 다른 만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아닌 관련 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스마트폰의 확대로 온라인 구매 상품의 90% 이상은 택배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업은 인터넷쇼핑몰 업체들 뿐만 아니라 영세한 소규모 개인사업자들과 지역 농어민들에게도 중요한 생계 수단”이라며 “택배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대형 트럭을 이용하는 계층은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택배법이 제정될 경우 증차의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택배 차량의 안정적인 수시 공급은 물론 양질의 서비스까지 가능해질 것이란 게 택배업계 희망사항이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형 택배업체들과 중장년층 인력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휴를 맺고 아파트 지역 등을 중심으로 실버 택배사업도 벌이고 있다. 배명순 한국통합물류협회 사무국장은 “시장 상황에 맞지 않은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불만도 나오고 흰색 번호판을 달고 택배영업을 하는 불법도 자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하루 빨리 제대로 된 택배 개선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 관계자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택배 관련 개선안을 마련, 공청회 등을 거쳐 연말까지 최종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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