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볼모 삼는 터키 VS 가입 원치 않는 EU '치킨게임'

2016. 5. 26.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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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비자 면제 협상 등 미적대자..에르도안 "난민 송환 무효화할 것"

[서울신문]테러방지법·언론탄압 놓고도 충돌
난민협정·터키 EU가입 험난할 듯

유럽연합(EU)과 터키가 난민사태 해결을 위해 체결한 협정 시행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EU가 남용 소지가 있는 터키 테러방지법 개정을 요구하며 터키 국민에 대한 무비자 협상 타결을 미루자 터키도 ‘비자 면제 없이는 난민 협정도 무효’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해 충돌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다 터키의 숙원이던 EU 가입도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1회 유엔 인도주의정상회의에서 “EU가 터키 국민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지 않으면 터키 의회도 지난 3월 합의한 난민송환협정 법령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EU 대장’이라 할 수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터키 비자 면제 협상 시한인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기에는 시간이 모자란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다. 양측 모두 서로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으며 ‘치킨 게임’(둘 중 하나가 포기할 때까지 갈등을 키워가는 것)에 돌입하고 있다.

지난 3월 EU와 터키는 유럽으로 대규모 난민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난민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EU는 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간 불법 이주민을 터키로 다시 돌려보내는 대신 터키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터키 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터키의 EU 가입 협상에도 서둘러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두 나라는 터키 테러방지법을 두고 반목하기 시작했다. EU는 에르도안이 테러방지법을 자신을 반대하는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탄압하는 데 악용하고 있다며 유럽 기준에 맞춰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는 “쿠르드 반군 테러에 맞서기 위해 현 테러방지법은 필수”라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난민 협정 합의 대가로 터키 내 난민캠프 증설 등에 쓰기로 한 60억 유로의 지원 방식을 두고도 이견이 커지고 있다. 터키는 EU로부터 일괄적으로 지원금을 받아 자신들이 알아서 쓰겠다는 입장이지만 EU는 터키 정부를 배제하고 독립 기구들을 통해 사안별로 할당하겠다고 맞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설명했다.

여기에 EU는 에르도안에게 반감을 보인 아흐메트 다우토을루가 최근 터키 총리에서 축출되고 반(反)에르도안 성향 언론사들이 탄압받는 등 터키의 권위주의 행태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터키는 이에 아랑곳없이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를 통해 국론 분열에 앞장서는 야당 의원 체포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어 둘 간 난민 협정은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하원 연설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난민 협상도 이렇게 힘든데) 터키의 EU 가입이 수십년 안에 이뤄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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