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스마트폰 감시망 탈출".. 초등생 영악한 우회로 뚫기

2016. 5. 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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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례 1

학부모 이모 씨(39)는 이달 초 초등학교 3학년 아들에게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사줬다. 처음엔 통화·메시지 등 필수 기능만 되는 ‘키즈폰’을 사주려고 했지만 아들이 “친구들은 이미 모두 스마트폰을 쓴다”며 졸라대 결국 스마트폰으로 결정했다. 그 대신 자녀용 스마트폰을 원격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씨는 아들이 학원에 가는 시간엔 스마트폰을 통화나 메시지, 사전, 계산기 등만 쓸 수 있는 ‘열공모드’로 설정했다. #사례 2

“요즘 모바일펜스(자녀 스마트폰 관리 앱)로 스트레스 작렬인 ‘초딩’입니다. 제발 여러분 모바일펜스 뚫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지난달 한 포털 사이트 질문 답변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답변에는 ‘2년 동안 엄마를 속여 모바일펜스를 가지고 논 사람입니다’라며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해주는 글들이 붙어 있다. 비슷한 내용의 다른 질문을 올린 한 이용자는 ‘뚫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금전으로 보상하겠다’고까지 했다. 최근 이 페이지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아빠가(엄마가) 깔아 놓은 원격 관리 앱을 비(非)활성화해 달라”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스마트폰을 두고 학부모와 자녀들 간에 ‘쫓고 쫓기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늘어나면서 신경전은 초등학생과 부모 사이에 폭넓게 형성돼 있다.

여성가족부가 9일 발표한 전국 초중고교생 145만6753명 대상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100명 중 약 14명이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에 중독돼 있다. 바깥 활동 시간이 미국의 30% 수준인 데다 학원과 학교를 왕복하는 단순한 하루 일과 속에서 국내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에 심각하게 빠져드는 것이다.

이에 국내 통신사들과 스타트업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초등학생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는 앱과 서비스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스마트폰을 연동해 부모가 사전에 허용한 앱만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시간대별로 실행한 앱, 사용시간, 통화 및 문자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SK텔레콤의 쿠키즈 외에 KT ‘올레 자녀폰 안심’, LG유플러스 ‘U+자녀폰지킴이’ 등 통신3사가 모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도 다르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된 모바일펜스는 구글 앱마켓에서 10만 다운로드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자녀들은 ‘우회로’ 뚫기에 여념이 없다. 인터넷에 모바일펜스를 검색하면 ‘비활성화’ ‘삭제’가 연관검색어로 자동 추천될 정도다. “부모님이 쓰는 e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안다면 사용자 확인 메일을 통해 부모로 로그인을 한 뒤 설정을 바꾸라”는 초보적인 방법부터 “앱 관리 메뉴에 들어가서 캐시(cache·접속 기록이 저장된 파일)를 삭제한 뒤 강제 종료하라”는 설명까지 답변도 다양하다.

게임과 앱 사용시간이 0초로 돼 있는 아들 스마트폰을 보고 어리둥절해진 부모가 “아들 모바일펜스를 봤는데 이렇게 돼 있더라고요. 물어보니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하는데 뭐죠?”라는 질문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강제로 차단하는 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보성 바른ICT연구소 연구원(공학박사)은 “스마트폰 관리 앱은 자제력이 약한 유아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과도한 몰입을 막을 수 있다”며 “하지만 자녀의 충분한 이해 없이 이를 강제할 경우 자녀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건전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부모와 자녀 간 이해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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