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호등 없는데 '신호위반'..경찰 실수로 뒤바뀐 인생

이승배 2016. 5. 2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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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이 단순 접촉 사고를 엉뚱하게 '신호 위반'으로 몰아간 바람에, 택시 기사가 억울하게 직장을 잃고 생활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경찰관의 사고 조사 기록에는 현장에 없는 신호등까지 그려 넣어진 게 드러났는데도 담당 경찰은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새벽 시간, 손님을 태우고 가던 택시가 우회전하다 마을버스와 충돌합니다.

영상만으로는 누가 잘못했는지 가리기가 힘들어 보이지만, 경찰은 100% 택시 기사 잘못으로 사건을 처리했습니다.

빨간 불이었는데, 무시하고 지나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충돌 지점 근처에 있지도 않은 신호등까지 그려 넣었습니다.

[택시 기사 / 경찰 사고조사 기록 피해자 : 벌금 내려고 기다렸는데, 기소까지 당하고 보니까 이해가 안 갔죠.]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영상에 나온 사고 장소입니다.

사고 직후 경찰이 작성한 기록을 보면 뒤로 보이는 저기 전봇대가 있는 곳에 신호등이 설치된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습니다.

애초에 현장 조사 자체가 잘못됐는데도, 검찰은 경찰이 넘긴 기록만 보고 '신호 위반' 사건으로 정식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런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직접 현장 조사를 나가면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검사가 항소까지 했지만 '신호 위반'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결국 재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김지미 / 변호사 : 애초에 신호 위반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택시라서 공제 조합에 가입돼 있어서, 기소할 수가 없는 사안이었습니다. 검찰에서도 별 고민 없이 그대로 기소한 것은 수사 기관의 과실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가 서류를 고쳐서 제출하라고 한 뒤에도, 경찰은 문제가 된 신호등을 지우지 않고 똑같이 냈다가 또 한 번 망신을 샀습니다.

[서울 강북경찰서 관계자 : 기존에 (다른 직원이) 그린 그림이 있으니까, 그걸 참조해서 그린 거예요.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그걸(신호등) 안 뺐더라고요. 그래서 징계한 거예요.]

받지 않아도 될 재판에 휘말리면서 택시 기사는 직장을 잃었고, 사고 기록 때문에 개인택시를 사겠다는 꿈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형사와 민사와 행정 등 소송 5개를 치르면서 4천만 원이 넘는 돈을 썼습니다.

이런 지도 벌써 3년째, 하지만 이제 와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

[택시 기사 / 경찰 사고조사 기록 피해자 : 재판하는 기사라는 꼬리가 붙어서 다른 회사에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돈은 수천만 원 들어간 상태고, (이젠)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저는 계속 소송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었지만, 경찰은 "직원이 실수했다"며 관련자 3명을 '경고'와 '주의' 같은 가벼운 처분만 내리고 말았습니다.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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