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2주에 한 번씩 고장..달리는 '고철 지하철'

이희정 2016. 5. 25. 22: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25일)도 지하철로 학교에 또 직장에 다녀오신 분들 많이 계시죠? 전국에 지하철 이용객은 하루 900만 명가량 됩니다. 그런데 지하철의 갑작스런 고장 때문에 큰 불편을 겪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셨을 겁니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월 3회꼴로 고장이 난다고 하는데, 이게 불편 정도이면 참을만한데 큰 사고도 종종 나고 있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탐사플러스는 '사고철'이란 오명을 떠안고 달리는 지하철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이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하철 정비사 : 언젠가는 한 번 터진다 터진다. 폭탄 돌리기라고 돼 있는데. 한 번은 터지지 이러고 있어요. 사고 나게 되면 대형 사고가 나는 거죠.]

[지하철 기관사 : 와, 오늘 이거 가서 또 (사고) 터지겠다. 불안해서 더 이상 운행 못하겠다. 불안한 것도 있지만 승객이 잘못하다가 죽는다든지 하면…]

지난 4월, 부산지하철공사 소속 곽모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난해 공사 내에서 베스트 기관사로 뽑혔던 곽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3개월 전인 1월, 곽 씨는 전동차 출고 과정에서 노후된 신호기의 오류로 다른 전동차보다 먼저 출발하는 사고를 냈습니다.

동료들은 곽 씨가 이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합니다.

[박모 씨/동료 : 직접적인 고장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중하게 받게 되면 그 다음부터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높아지니까.]

정신과 치료를 받던 곽 씨는 지난달 초, 회사에 병가 신청을 낼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올 들어 4건의 사고가 발생한 부산지하철의 경우, 30년 넘은 전동차가 84량이나 됩니다.

[김태훈 승무 본부장/서울도시철도공사 : 열차가 20년 정도 연수가 지났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고장이 잦아서 기관사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9일에는 노량진역으로 향하던 전동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코레일 관계자 : (사고 당일) 새벽에 검수를 마쳐서 이상이 없다고 출고가 된 거거든요.]

사고 원인으로 선로 결함이 추정되고 있는 상황.

[이종선 국장/코레일 노동조합 차량국 : (사고 발생한 부분에) 문제가 있죠. 사람이 없어서 기본 선로 검사를 계속 늦춰 놨기 때문에.]

실제 서울 지하철 철로 436km 중 215km는 교체 대상이지만 그대로 운영 중입니다.

역과 철로에 설치된 화재수신기나 차단기 등도 20~30년된 노후 장비들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정비와 교체가 시급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받고 있습니다.

[이명원 사무국장/서울메트로노조 차량지부 : 부품이 없어서 허둥지둥하고 에러가 난다. 왜 부러지는지 잘라서 시험해보자고 했는데 안 받아줘요. 관리자들이 묵살하거나.]

올 들어 서울에서 발생한 지하철 운행사고는 공식 집계된 것만 13건.

사고 원인 중 75%가 부품과 신호기 등 제동과 동력 장치 고장이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고장으로 지하철이 멈추고 있는 겁니다.

2014년 부상자 250명을 내고, 열차 13대를 폐기했던 상왕십리역 추돌 사고도 낡은 장치가 빚어낸 참사였습니다.

특별점검 대상에서 빠진 선로 신호기가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겁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 : 검수표보고 똑같이 보고 열다섯 가지 항목 체크만 해요.(문제) 있다 없다. 그렇게 하니까 중간 모니터링이 될 수 있다고 보냐, 그게 아니라고 봐요.]

고장은 계속 느는데 정비 점검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더 느슨해졌다는 지적입니다.

[신호 정비사/서울도시철도공사 : 스크린 도어 보고 이것(신호기)도 봐야 하니까 인원도 없고 시간도 없어요. 결국은 부실 점검은 가짜 점검이 되는 거고.]

사고가 잇따르자 서울메트로는 다음 달까지 노후 부품 300여 개를 교체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불투명합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 : 발주 준비도 그렇고 외자재도 사용할 수 있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기간이 길어져서요. 올 연말까지는 교체가 시급한 부분에 대해 교체를 한다.]

많게는 1000명이 넘는 승객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기관사들은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김선수 기관사/부산지하철공사 :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계속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과연 승객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겠어요?]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