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대책..커지는 자율협약 실효성 논란

김동욱 2016. 5.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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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자율협약)을 거친 국내 4대 중소 조선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율협약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의 자의적인 판단, 그리고 관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시장 논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성동조선을 비롯한 SPP조선, 대선조선 3곳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010년 나란히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이들 조선사 3곳은 회생은 차치하고 여전히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3년에 자율협약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은 4조5,000억원의 금융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이들 중소 조선사 4곳에 채권은행들이 쏟아 부은 돈만 9조원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주도하는 자율협약 구조조정 방식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율협약은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을 살리기 위해 시행하는 지원책이다. 법의 테두리에서 진행되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와 달리 자율협약은 채권단의 판단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은행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다 보니 근본적으로 효율적인 구조조정 방식을 설계하는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소 조선사를 살리기 위해 STX조선(산업은행)과 성동조선(수출입은행)을 합병하는 안이 여러 차례 시장에서 거론됐지만 주채권은행이 다르다 보니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채권단에 속한 은행이 한 곳이 발을 빼면 그 순간부터 기업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독박’을 쓰지 않으려고 은행들이 앞다퉈 자금 회수에 나서기 때문이다. 당국의 입김이 채권단을 통해 훨씬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 역시 중요한 한계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중소 조선사 4곳을 보면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맡으면서 부실이 더 심해졌고, 구조조정의 시기를 늦춰 지금은 더 손을 쓸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며 “부실 초기 땐 자본시장 안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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