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팍팍해진 삶.. 남녀 '혐오' 부추겼다
여자는 남자에게, 남자는 여자에게 돌을 던지고 상처를 입혔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사건이 ‘여성혐오-남성혐오’ 논란으로 가지를 뻗은 데는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성별 갈등에 그 뿌리를 둔다. 어쩌다 남녀가 서로를 향해 ‘혐오’라는 단어까지 달고 사는 지경이 됐을까.
사진 = 한윤종 기자 |
최근 5년(2011년 5월24일∼2016년 5월24일)과 20년 전(1991∼96년) 같은 기간 세계일보에 실린 사회 분야 기사의 남녀 키워드를 ‘워드 클라우드 기법’으로 분석했다. 워드 클라우드란 글에 언급된 핵심 단어를 뽑은 뒤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25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삶은 20년 전보다 나아지기는커녕 더 팍팍해지면서 불만 지수가 높아졌다.
1990년대 초·중반 여성의 주요 키워드는 △지위 향상 △정치참여 △유권자 △노동단체 등이었다. 당시는 세계화 물결을 타고 정부가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시기다. 그러나 여성들이 기대한 ‘장밋빛 미래’는 견고한 남성 우위의 사회·문화적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최근 5년간 여성 키워드가 △사회적 지위 향상 △남성 임원 △경력단절 △가정폭력 등인 데서 보듯 여성들은 ‘유리천장’과 상대적 약자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남성들’도 비중 있는 연관어로 뽑혔는데 이 단어는 △집단성폭행 △성추행범 등의 단어와 연결돼 강력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성들의 불안이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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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여성을 어떻게 사회로 진입시킬 것이냐가 학계의 관심사였다면, 최근에는 양성 간 관계로 초점이 넘어오고 있다”며 “분석 결과에서도 그런 경향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 20년 전 키워드는 △여성들 △성기능 △성희롱 △가부장적 등의 단어가 주를 이뤘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화젯거리에 자주 올리면서도 그들의 권익 향상보다는 전통적인 남성 우위의 시각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기사에 나타난 남성 관련 키워드는 △자살률 △자신감 △우울증 △장기불황 △빈곤 등의 단어가 빈번했다. 경제적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남성의 삶도 녹록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녀 갈등이 심해진 이유는 쉽게 말해 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경쟁이 심하고 미래의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간은 직관적으로 누군가를 탓하고 싶어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회적 갈등 구조를 풀려면 양극화 문제 해소와 경쟁 위주의 교육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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