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역습..'삼성과 동급' 글로벌 인지도 노린듯

박만원,이경진 2016. 5. 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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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기습도발 화훼이 노림수는화웨이 지난해 R&D에 11조원 투자..특허 기술력 과시도中언론 "화웨이, 실제소송 진행엔 부담..삼성과 협상 원해"
화웨이가 삼성에 대해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기술은 4세대 이동통신망(LTE) 등 통신장비에 핵심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2013년 2월 취득한 278 특허 기술로 '통제신호 전송을 위한 방법·장비' 관련 기술로도 불린다. 화웨이가 공개한 소장에 따르면 이는 기지국과 모바일기기 간 전송 정보량을 줄여줘 데이터 전송을 빠르고 쉽게 해준다.

화웨이는 모바일기기에서 데이터 전송 기능을 쓸 때마다 자사 기술이 사용되는데, 삼성 갤럭시S7 이용자 매뉴얼에 이런 내용을 설명해 놓은 것에 미뤄 삼성의 특허침해가 고의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피해보상 요구 액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화웨이는 성명에서 "삼성과 그 계열사들이 화웨이 기술을 이용하는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가 글로벌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애플과 특허소송을 진행하면서 삼성의 글로벌 인지도가 올라간 선례에 따라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화웨이 측은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적 구제 수단을 찾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초부터 중저가 스마트폰 대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주력 제품으로 키우면서 "삼성을 추월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쟁을 선언했다. 프리미엄 전략은 성공을 거둬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는 삼성과 애플을 밀어내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소송을 제기한 목적이 무엇이든 화웨이가 삼성을 상대로 특허침해를 주장했다는 사실 자체는 중국 IT업계의 급성장을 드러내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화웨이는 1987년 홍콩 통신업체 대리상으로 출발했지만 30년도 안 돼 세계 최고 IT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규모와 기술력이 커졌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집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특허 3898건을 신청해 2년 연속 특허 신청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특허 신청 2~4위는 미국 퀄컴(2442건), 중국 ZTE(2155건), 한국 삼성(1683건)이었다. 화웨이의 기술력은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에서 나온다. 전체 직원 17만명 가운데 8만명이 R&D 인력이다. 지난해 R&D에 쏟아부은 예산은 매출의 15%인 92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화웨이 선전 본사를 방문하면 그동안 획득한 특허증명서가 빼곡히 걸려 있는 '특허의 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애플조차 화웨이와 특허 교차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LTE를 비롯한 무선통신기술 로열티를 지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관심사는 삼성전자의 대응 수위다. 삼성전자 지재권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안승호 IP센터장(부사장)은 적극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안 부사장은 25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쪽(화웨이)에서 그렇게 나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맞소송이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애플과의 디자인 등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전 세계 동시 맞소송을 제기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특허소송 경험은 충분하다"며 "법무팀과 특허 관련 변리사 등 조직 확충도 있었기에 차분하게 대응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소송 대상이 화웨이라는 점은 삼성으로서 다소 부담스럽다. 애플과의 싸움에서는 삼성전자가 돋보일 수 있으나 화웨이와의 공방에서는 그 반대일 수 있다. 안 그래도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 인지도 상승을 삼성이 도와주는 상황이 된다. 삼성전자는 홍보팀을 통해 "소장이 막 접수된 상태이기에 내용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내부적으로는 화웨이에 대응해 맞소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화웨이 특허소송은 어떤 형태로든 양측 간 치열한 공방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소송전보다 협상으로 타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화웨이 소송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지 않고 양측 협상으로 타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 역시 이동통신 기술에 관한 특허를 대거 보유하고 있어 화웨이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는 이날 지난 수년간 이어진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을 언급하며 "업계 선두기업들의 특허 관계는 서로 물고 물리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화웨이 측도 소송보다는 삼성과의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웨이 지재권 담당자는 중국 일간 제일재경에 "삼성이 우리의 지재권을 존중해 적극적인 태도로 문제 해결에 나서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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