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車 겨눈 미세먼지 '마녀사냥'..결국엔 서민 증세?
◆ 경유값 인상 논란 / 환경부 "경유값 인상" 기재부 "환경부담금 확대" ◆
더욱이 각 부처들이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 다른 부처 소관 업무만 건드리는 '핑퐁게임' 양상까지 더해지며 미세먼지 대책 마련은 이전투구 양상까지 띠고 있다. 이 때문에 부처 간 조율과 최종적인 미세먼지 종합대책 발표도 늦어지고 있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날 국무조정실은 미세먼지 대책 수립을 위해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차관 긴급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당일 아침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데 반해 관계부처 간 협의는 아직 지지부진한 탓으로 분석된다.
일단 환경부가 고려하는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은 '경유값 인상'이다. 현행 ℓ당 528.75원인 유류세 인상을 통해 경유값을 올려 경유차 사용 비중을 줄이자는 것. 환경부는 휘발유와 비교할 때 85% 수준으로 저렴한 현재의 경유 가격구조가 소비자들의 경유차 사용을 부추겨 미세먼지를 양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행 한국의 휘발유값 대비 경유값은 85% 수준이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주요 국가들은 경유 수요 감축을 위해 경유값을 휘발유값 대비 90% 이상으로 높였다. 변화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경유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관계부처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증세 논란과 국민 반발을 우려하는 기재부의 반대가 거세다. 경유값 인상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단순한 수치상의 세율 조정만 이뤄질 뿐 실제 효과는 없는 '조삼모사'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류세에 연동하는 유가보조금이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3월 기준 전체 경유차 810만여 대 가운데 버스·화물차가 314만여 대로 38%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유값 인상이 경유차량 감소로 이어지는 '전달 경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경유값 인상이 미세먼지 배출량이 높은 버스·화물차가 아닌 일반 소비자 부담만 높이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환경부가 미세먼지의 진짜 원인이 뭔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책만 중구난방식으로 내놓으려 하고 있다"며 "(경유값 인상과 같이) 쉬운 길로만 가려다 보면 결국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 정책 불신만 높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스와 화물차에 지급하는 유가보조금 자체를 감축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환경부가 미세먼지 문제 원인을 의도적으로 경유 차량으로 몰고가는 듯한 인상을 받고 있다"며 "버스·화물차 등 생계형 경유 차량에 지급하는 보조금 감축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한 대안은 경유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을 늘리는 방안이다. 현재는 2009년 이후 생산된 경유 차량에 대해선 유럽연합(EU)의 최신 기준을 충족하는 저공해 차량이라는 이유로 연간 10만~30만원에 달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주고 있다. 기재부는 준조세인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범위를 줄이고 금액 기준을 올리는 방안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세먼지만을 이유로 증세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세수 중 15%만 환경 분야에 투입되는 유류세에 비해 환경개선부담금은 전액이 환경 개선에 쓰인다는 점에서 본래 (미세먼지) 정책 취지에도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세먼지 발생 요인으로 꼽히는 석탄 화력발전 비중을 줄이는 방안도 도마에 올랐다. 환경부는 최근 차관 주재로 5개 발전사 임원을 불러 비공개 회의를 하고 발전공기업의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원론적 논의만 이뤄졌을 뿐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석탄 화력발전 비중 감소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 밖에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 지원 △경유 차량용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의무화 △노후 경유차의 도심 지역 진입 금지 등도 주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저감장치 부착은 t당 저감 비용 면에서 조기 폐차보다 효율성이 낮다는 감사원 지적이 이미 있었다.
[서동철 기자 / 전정홍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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