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특허소송 제기한 화웨이 창업자의 '특허 핵우산론'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2016. 5. 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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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3 월 가진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 인터뷰를 이달초 보도했다./ 신화통신 캡처
자료: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런정페이 “특허 교차 사용 등으로 지재권 핵우산 만들었다”“지재권 보호 토양 없는 곳에서는 혁신 충동 억제될 것”

중국의 화웨이(華爲)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특허 침해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의 4세대(4G)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무단사용했다는 게 이유다.

관련 기사 참조 화웨이, 삼성전자에 특허침해 소송 제기…"4G 특허 무단 사용"

삼성전자가 중국기업으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당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7년 4월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합작법인인 삼성커젠이 화리(華立)통신으로부터 제소당한게 사례다. 당시 유럽형 GSM과 미국과 한국이 주도해온 CDMA 기술을 동시에 채택한 휴대폰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2011년엔 더신(德信)이란 중국의 휴대폰 설계회사가 비슷한 이유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과거 중국 기업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재권 침해소송은 자사의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적 성격이 강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삼성전자라는 다국적기업과 맞붙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세계 3위 스마트폰 생산업체 화웨이의 삼성전자 상대 특허 침해소송 제기는 단순한 ‘쇼’로 치부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과 힘겨운 특허 전쟁을 치른 삼성으로서는 또 다른 특허 전쟁을 치러야할 상황이다. 화웨이와의 싸움은 화웨이의 지재권에 대한 생각을 읽는데서 시작할 수 있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회장의 특허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런 회장은 지난 9일 보도된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기업과의 경쟁을 얘기하면서 특허 전략을 소개했다.

‘핵우산([核雨傘, nuclear umbrella)’전략이 그것이다. 핵무기 보유국의 핵전력을 통해 국가의 안전보장을 도모하는것을 핵우산 밑에 들어간다고 한다. 런 회장은 “화웨이가 지재권 핵우산을 만들었다. 최근 수년간 지재권 사용료를 많이 지불했지만 매우 많은 사용료를 받기도 했으며 상호 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도 많다”고 전했다. 자기 힘은 물론 상대의 힘을 함께 사용해 ‘특허 보호막’을 쳤다는 점에서 핵우산에 비유한 것이다.

런 회장은 핵우산을 우호적이고 다른 기업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작은 기업일때부터 매우 개방적이고 다른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앞으로도 해외시장에서 잘 발전할 여지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을 상대로 한 특허 소송 제기가 특허 공유라는 핵우산을 만드는 전략에 삼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화웨이는 애플 퀄컴 에릭슨 등과 특허 사용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런 회장은 지재권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지난해 중국언론에 소개된 경영학자 펑젠펑(彭剑锋) 인민대 교수와의 대화에서 중국에 혁신이 부족한 건 지재권을 존중하지 않고 엄격한 지재권 보호제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런 회장은 중국인이 발명한 화약이 지재권 보호를 받았다면 그것이 만들어낼 지재권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유유(屠呦呦, 중국 첫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연구성과를 당시 국제특허로 신청했다면 스위스 기업이 관련 제약에 대한 지재권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런 회장은 과거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로 하여금 중국이 세계지식재산권보호 협약에 가입토록 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원 총리의 해외 순방을 수행한 런 회장은 20여분간 지재권 보호가 중국의 혁신 발전에 미치는 중요성과 세계 지재권보호협약 가입이 중국에 주는 가치 등을 설파했고, 원 총리는 귀국 후 얼마 안돼 협약 가입서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지재권 보호제도라는 토양이 부족한 여건에서는 일확천금을 노린 혁신의 충동이 억제될 것이라는 게 런 회장의 지론이다. 런 회장은 선전의 혁신 경제가 중국의 앞자리에 있는 이유로 지재권 소송 관련 공정한 판결을 하는 법치화를 실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화웨이가 지재권 소송에 적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웨이와 ZTE는 2011년부터 유럽과 중국에서 상호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왔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3898건의 지재권을 출원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재권을 출원한 기업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456건 늘어난 수준으로 지재권 출원 상위 10위 업체 가운데 증가폭이 휴렛팩커드(HP)에 이어 두번째로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683건으로 4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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