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후세인 제거후 혼란 예측 못한 실수 인정, 사과는 '노'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국과 함께 이라크 침공을 주도했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 참전에 관한 영국 정부의 공식조사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판단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았다.
블레어 전 총리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가 초래할 혼란을 '극도로' 과소평가했다면서 서방은 후세인 몰락 후 이라크의 공백을 메울 '불안세력'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영국의 시사 월간지 프로스펙트가 주최한 행사 연설에서 그러나 후세인 정권 몰락을 가져온 자신의 이라크 침공 결정에 대해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25일 보도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또 서방이 만약 이슬람국가(IS)를 퇴치하고자 한다면 지상군 파견 등 중동에 다시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우리는 지역에서 활동 중인 세력들, 그리고 일단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 변화를 유리하게 이용할 세력들을 극도로 과소평가했다"면서 "이는 교훈이며, 실제로 복잡할 것도 없는 아주 단순한 교훈"이라고 술회했다.
그는 이어 "독재자가 제거되면 수니파 쪽의 알카에다나 상대 세력의 민병대 등불안정 세력들이 나오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블레어 전 총리는 또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아랍권의 독재정권들이 붕괴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만약 후세인이 아직 권좌에 있다면 중동은 현재보다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어 IS를 퇴치하려면 현지 병력에 대한 서방 지상군의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기타 주요국들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적의 퇴치'라는 목표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서방 정부들이 적을 퇴치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에 정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7월 공개될 예정인 이른바 영국 정부의 '칠콧' 보고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의 발언은 보고서에 대한 그의 대응 방향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이라크 침공 참여 과정을 규명한 칠콧 보고서는 이라크 내전과 IS를 비롯한 극단세력의 발호 등 결과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한 당시 블레어 내각의 이라크 침공 결정을 신랄히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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