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해외번역 지금껏 1500종에 불과, 그나마 국가 지원 작품 대다수

권영미 기자 2016. 5. 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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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세계화]2.한국문학 해외진출 번역 시스템을 검토한다

[편집자 주] 소설가 한강이 쓰고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해 영어권에 소개한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수상한 후 한국문학의 번역과 해외 소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스1은 한국문학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어떤 번역이 좋은 번역인지, 우리 문학을 해외 소개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지, 그리고 번역문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번역비평에서의 쟁점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 21일 오후 고려대에서 정영목(왼쪽) 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의 진행으로 열린 제3회 번역대담 프로젝트 ‘번역을 묻다’에서 대담자인 한겨레신문 최재봉 문학전문기자가 답변하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0년의 한 기사에 따르면 한해 국내에서 발간되는 신간 서적 가운데 번역서 비중은 31%로 세계에서 번역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반면 영미권에서 번역서 비중은 3%에 불과한 것으로 출판계는 보고 있다.

2015년 기준 한국소설과 영미 소설, 일본소설은 판매면에서 각 25%씩 차지하고 있다. 출간이나 판매 모두 번역서의 비중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한국문학을 번역해 해외로 소개하는 작업은 2001년부터 정부와 민간재단의 지원하에 이뤄졌다.

'채식주의자'의 경우도 상업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출판사가 지원을 요청해 대산문화재단에서 번역비와 출판비를 지원했다. 외국 출판사의 요청에 의한 자생적인 번역 및 출판은 매우 극소수의 사례밖에 없다. 반면 외국책의 국내 번역은 거의 100% 국내출판사들이 해오고 있으며 정부 지원은 없다.

이 대목에서 '이렇게 외국책을 많이 수입, 번역하면서도 왜 우리나라 작품의 해외번역까지 국민의 세금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우리책의 해외번역은 국내독자들에게도, 국내 번역자들에게도 전혀 돌아오는 게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오후 고려대에서 정영목 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의 진행으로 열린 제3회 번역대담 프로젝트 ‘번역을 묻다’에서는 전문가들은 이 대목이 바로 '권력'의 문제가 얽힌 부분이라고 말한다. 메이저 언어와 소수 언어의 역학관계상 불가피한 이 극심한 불균형은 종종 세계적으로 센 힘을 가진 언어쪽의 저자가 소수언어로 번역된 자신의 책의 번역의 질을 검사하는 식의 '굴욕'도 가져온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는 "국가적 위상과 문화적 힘 차이가 있어서 영어와 불어권 등은 문화적인 수입에 굳이 공들이지 않아도 된다"면서 "하지만 변방의 입장에서는 역으로 우리 문화를 알리고 싶기에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출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국내문학의 해외번역은 원칙적으로 대체로 세가지 형태가 가능하다. 국가 차원의 번역 시스템 즉 한국문학번역원 등을 통하는 것과 현지 출판사가 상업적인 고려를 해 출간을 의뢰하는 경우다. '한국문학을 외국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방식은 문학 전문지를 통한 작품 교류가 아니면 거의 무의미하다'며 '문예지'를 통한 교류를 중시하는 입장도 있다. 국가기관의 해외 번역 출간 지원은 공급 위주의 '밀어내기' 식 또는 '생색내기'에 그칠 공산이 크고 출판사의 상업적 접근은 '팔릴 책'에 집중하기에 문학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에서다.

번역과레토릭연구소 소장인 이영훈 고려대 불문과 교수는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정부의 강박관념이 초기부터 너무 강했던 것 아닌가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영화나 대중음악이 정부주도로 뻗어나간 건 아니다"라면서 "민간의 노력과 자연발생적인 유행이 만들어진 후 정부가 힘을 보태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강하다.

일본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1994년 오에 겐자부로 등 두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냈다. 1950년대부터 국가와 민간이 손잡고 2만여 종을 번역작품을 해외에 선보인 결실이다. 중국도 정부주도로 자국 문학이 해외소개되면서 모옌이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에 소개된 한국 문학은 약 1500여종 정도에 불과하며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이 직간접적 지원을 한 작품이 대다수로 아직 갈길이 먼 것을 알 수 있다.

제3회 번역대담의 대담자였던 한겨레신문 최재봉 문학전문기자는 과도기인 현재로서는 국가, 출판사, 번역자 개인의 관심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채식주의자 경우 국가의 지원, 출판사의 상업적 고려, 번역자 개인의 관심이 결합되어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면서 한동안은 "유능한 번역가, 출판사에 국가의 지원이 병행되는 게 정답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는 궁극적으로 (번역사업의) 목표는 ”이 사업의 필요성을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곽 상무는 "한국문학 자체가 문학성을 키워 정부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 자체의 힘에 의해 번역되고 소개되는 것이 결국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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