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 문항에서 나만 착한 척은 금지

조선에듀 2016. 5. 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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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공통문항의 3번 항목에서는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에 대한 경험을 묻는다. 그러다 보니 3번 문항에서 주로 등장하는 소재는 봉사활동이나 누군가와의 다툼과 화해, 자신이 돌보아준 친구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곤 한다. 대체로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소재 자체가 학생 입장에서 아주 특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이 항목에서 비슷한 실수가 벌어지곤 한다.

우리 반에는 지적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모두 이 친구와 같이 식사를 하거나 짝이 되는 것을 꺼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대화도 잘 통하지 않고, 강하게 말하는 바람에 조금 무섭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알아 들으려고 노력하고 제가 다시 이 친구의 말을 똑같이 물어보며 같은 뜻인지를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점점 대화도 익숙해지고 서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나쁘지 않다. 이 글을 쓴 아이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끈기가 보이고, 말 그대로 배려와 나눔을 모두 잘 드러냈다. 그런데 딱 한가지가 거슬린다. ‘모두 이 친구와 같이 식사를 하거나 짝이 되는 것을 꺼렸습니다.’라는 대목에서 말이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이 친구와 정말 어울리려 하지 않았을까?

많은 자기소개서를 접하면서 이 3번 문항에서 유사한 서술을 보게 된다. 별 의미를 두고 쓴 말은 아닐 것이다. 다른 애들은 잘 어울려 주지 않았는데, ‘내가 나서서 어울렸다.’ 다른 애들은 갈등을 유발하는데, ‘내가 나서서 갈등을 해결했다.’와 같은 식의 표현은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표현은 사용하는 자신 스스로는 잘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다. 어쨌든 다른 사람을 비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 항목에서 타인은 모두 나에 미치지 못하는데, 나 혼자 잘났다는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 갈등 안에 나 자신의 문제도 있을 수 있고, 자신 역시 실수를 저질렀을 수 있다. 오히려 그 실수를 통해 자신이 잘못을 깨닫고 반성했다는 것이 훨씬 더 진정성이 느껴진다. 정말 이 자기소개서를 쓴 사람이 타인과는 다른 특별한 인성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말이다. 차라리 앞의 자기소개서 예시가 다음처럼 바뀌면 좋겠다.

우리 반에는 지적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지적 장애를 가진 반 친구와 진정으로 우정을 나누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고, 우선은 저 자신도 처음엔 무척 꺼려졌습니다. 그렇지만 편견 없이 대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기억하며 먼저 제가 이 친구에게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생략)

앞 부분이 좀 길긴 하지만, 저런 솔직한 설명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보다 나 자신이 더 대단하다는 입장보다 현실적이기도 하고 진짜 학생답기도 하다. 자신이 쓴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앞으로는 타인에 대한 비방은 무조건 거르자. 의도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써왔던 그런 표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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