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3관왕'의 추락
[동아일보]
전 건설사 대표 A 씨는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민사소송에 대한 자문을 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전직 변호사인 강모 씨(49)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컨설팅 비용과 법원에 낼 공탁금 등 총 3억9000만 원을 건넸다. 갑자기 강 씨가 종적을 감췄고 A 씨는 뒤늦게 강 씨가 사기 전과로 변호사 자격이 정지됐다는 사실을 알고 1월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24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이른바 ‘고시 3관왕’으로 고시원 영웅이었던 강 씨가 현재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강 씨는 1995∼2000년 행정고시와 법원행정고시, 사법고시에 잇달아 합격해 한때 언론에 보도되는 등 명성을 얻은 변호사 출신. 보통 사시와 행시, 외시를 3대 고시라고 부르지만 법원행정고시도 5급 공무원으로 외시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강 씨는 실업계 고교 출신으로 대기업에 공채로 들어갔고 고시 공부를 하며 생계를 위해 학원 강의를 병행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고시생들 사이에서는 입지전적 인물로 꼽혔다. 하지만 강 씨는 2012년부터 변호사라는 직업을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고소인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 5억 원과 유명 연예기획사의 비상장 주식을 사게 해주겠다고 지인들로부터 받은 투자금 3억5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2014년 8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19일 강 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가 ‘돈을 가로채 도박 자금으로 썼지만 처음부터 사기를 칠 의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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