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시아 재균형' 절정..당사국들 '중국에 보험 들기' 고심

김상범 기자 입력 2016. 5. 24. 22:13 수정 2016. 5. 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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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오바마 아시아 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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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좋지 않았던) 감정은 바뀔 수 있으며, 평화가 전쟁보다 좋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혀서는 안된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중국은 “국가의 크기가 그 국가의 합리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돼선 안된다(화춘잉 외교부 대변인)”며 반발했다.

집권 마지막 해를 맞은 오바마는 필리핀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미얀마의 경제제재도 일부 해제하는 등 중국에 맞서 아시아에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포석을 잇따라 놓고 있다. 이번 베트남 방문으로 절정을 맞은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피봇 투 아시아)’ 전략은 이제 일본 방문으로 마침표를 찍으려 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오는 27일 오바마의 원폭 희생자 헌화식에 피폭자들을 참석시키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밀월관계가 깊어질수록 당사국인 아시아 국가들의 고민도 점차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 “오바마의 임기가 끝나가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얼마나 워싱턴의 약속에 기댈 수 있는지 깊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변수는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주한미군 철수, 한·일 핵무장 허용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을 마냥 신뢰할 수 없는 아시아 국가들이 각자 ‘헤지(대비책)’를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방문에 앞서 지난 19일 응오 쑤언 릭 베트남 국방장관은 훙샤오융 주베트남 중국 대사를 만나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23일 무기 금수조치 해제가 발표된 뒤 환구시보는 “베트남의 주류 엘리트는 여전히 중국을 ‘정치적 기둥’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도 “베트남의 강경파들은 이번 오바마 방문이 장기적으로 공산당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한다”며 베트남이 한·일처럼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맺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미국의 오랜 우방인 필리핀도 미국 중심의 외교정책에서 벗어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미군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맞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고, 자국 내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는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다음달 말 취임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자는 “중국이 만든 남중국해 인공섬에 제트 스키를 타고 가서 필리핀 국기를 꽂겠다”면서도 “경제적 대가를 조건으로 중국과 직접 협상할 수 있다”며 기존 친미 노선에서 선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아시아 재균형’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향방도 불투명하다. 고립주의를 선언한 트럼프가 당선되면 TPP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1기 행정부 때 국무장관을 지내며 TPP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도 경선 중 TPP 비준 반대로 입장이 바뀌었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뉴욕타임스에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이 더는 아시아 지역에 지금처럼 힘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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