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發 실업대책에 시선 돌리는 정부·여당..추경편성 신호탄?

정원석 기자 2016. 5. 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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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새누리당은 24일 당정협의를 갖고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 해법을 논의했다./조선일보 DB
통영에 있는 조선소 도크의 모습. 수주 물량이 끊기며 도크도 비어있다./연합뉴스

새누리당이 24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관련 당정협의를 열면서 정부에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및 지역경제 침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3일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 의장 등 원내지도부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에서 청취한 10대 요구사안을 정부에 전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새누리당은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협력업체에 대한 4대 보험금, 장애인 분담금, 세금 징수 유예 ▲협력업체 실업 및 임금체불 문제 해결 ▲조선사 하도급 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단속 강화 ▲남해안 지역 불활 타개를 위한 국가산업단지 활성화 등 10개 사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집중됐던 정부·여당의 정책 대응 범위가 실업대책과 지역경제 불황 타개 방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대책은 정부 재정 투입 확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여당이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국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與, 실업대책에 초점 돌리는 이유는?

이날 새누리당의 10대 요구안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새누리당은 종전에는 기업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이 조속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법 개정 없는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정부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 정부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정부 보유 공기업 주식 등 현물출자와 한국은행이 참여하는 은행자본확충펀드 등 투트랙으로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고,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기류는 지난 2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여야 3당 정책위 의장이 참여한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 이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날 유 부총리와 정책위 의장들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합의했다. 한 회의 배석자는 “재정의 역할을 강화한다 합의는 기업 구조조정 논의가 재원조달 문제에 국한돼서 실업이나 실물경제 위축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도 이날 당정협의 모두 발언에서 “정부는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에 처한 조선소 협력업체들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큰 타격 받은 근로자 안정된 생활대책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대한 구체 논의는 이날 당정협의에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실업문제와 지역경기 위축 등에 관심을 돌리게 된 것은 조선업체들이 수주부진에 시달리면서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조선소 하청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이 하청업체 및 하도급 근로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 깊게 바라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울산과 거제의 대형 조선소 생산인력은 전체의 30% 가량이 원청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하청업체 직원이거나 하도급 형태로 고용되는 근로자들로 파악된다. 최근 논란이 된 ‘물량팀(재하청 계약직 근로자)’은 하도급 고용의 대표적 사례로 조선소의 수주량에 따라 고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수주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물량팀 근로자는 일종의 프리랜서 개념이기 때문에 고용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하도급 형태로 고용되는 조선 현장 근로자 3분의 1 이상이 현재 실직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거제가 지역구인 김한표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의 고용 조정은 물량팀 위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직급이 높은 정규직은 비켜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임금이 체불되고 있는 근로자들이 73% 증가했고, 체불임금 금액도 134%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체불임금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 추경 편성으로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실업문제 등 실물경제 위축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되면 정부의 재정 투입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업에 따른 사회안전망 구축, 공공근로사업, 4대 보험 납부 유예 등은 정부 재정 투입이 있어야 실행 가능한 사업들이다. 정부와 여당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추경 편성은 피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출 범위를 최소화해서 예비비 등 기존에 편성된 예산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김광림 의장은 당정협의 후 기자들을 만나 “구조조정으로 인한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예비비 지원 등 기존 예산 시스템에서 정부의 의지를 반영해 지출할 수 있는 재원을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대책이 세금납부를 유예해 주는 것이 주요 골자이기 때문에 직접 돈이 들어갈 성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 여권 관계자는 “구조조정 범위가 조선·해운업에 국한되지 않고 확대될 경우 실업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구조조정 초기부터 실업대책을 다루기 시작한 것은 앞으로 추경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측이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추경 편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선사 외 하청업체, 협력업체의 줄폐업·줄해고도 이어지고 있고 지역경제도 매우 어려워져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따른 민생대책, 실업대책, 지역경기대책을 위해서도 적절한 재정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면서 “(추경)필요성에 대해서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제당국이 때를 놓쳐선 안된다”면서 “우회로를 찾으려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정부가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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