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과 최선 사이, 칼 빼든 슈틸리케

이준목 2016. 5. 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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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스페인·체코 원정 나서는 축구대표팀, 9명 물갈이

[오마이뉴스 글:이준목, 편집:이승훈]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시 한번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하는 대표팀 감독의 고뇌가 묻어났다.

내달 유럽 원정을 준비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23일 오전 파주NFC(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스페인(6월 1일), 체코(6월 5일)전에 나설 20인을 발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초 이번 A매치 2연전을 진검승부로 규정하면서 가급적 최정예 멤버로 정면대결을 펼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이 묘하게 흘렀다. 공교롭게도 대표팀 전력의 핵심을 이루는 다수의 해외파들이 소속팀 내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했다. 비교적 괜찮은 활약을 보이던 선수들도 뜻하지 않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슈틸리케, 붙박이 멤버 유럽파 물갈이

냉정히 말하면 이번 대표팀 명단은 슈틸리케 감독이 구상하던 '최상'의 멤버와는 거리가 있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각종 A매치에서 보여준 공헌도과 출전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오히려 지난 3월 A매치 멤버들이 슈틸리케호의 A플랜에 가까운 선수들이었다.

이번 명단에서는 지난 3월과 비교하여 무려 9명의 선수들이 물갈이 됐다. 물갈이 대상에는 대표팀 붙박이 멤버로 불리우던 이청용, 박주호, 김진수 등 다수의 유럽파가 포함됐다.  구자철과 김영권은 부상으로 탈락했다. 국내파 중에서도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꼽히던 이정협이 제외됐다. 이들 모두 슈틸리케호의 베스트 11 자원으로 봐도 무리가 없는 선수들이다.

지난 3월 A매치를 통하여 한번 더 기회를 줬지만 이후로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애제자들을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소속팀에서 경기에 뛰지못하는 선수는 뽑기 어렵다'는 원칙을 지킨 결정이었다.

당장은 어쩌면 손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는 결정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대표팀의 선례를 세우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선택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무리 비중이 큰 스타라고 해도 원칙에서 벗어난 선수는 기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말로만 경쟁을 외치던 국내파 전임자들이 쉽게 용기내지 못했던 결단이다.

또한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A매치 2연전 명단을 통상적인 23인에서 벗어나 20인으로 줄였다. 3번째 골키퍼를 필두로,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반드시 쓸 선수만 데려가겠다는 포석이다. 스페인-체코같은 유럽 강호들과의 힘든 정면대결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축 선수들의 빈 자리를 국내파나 아예 새로운 자원들로 채우기보다는 가급적 검증된 선수들 위주로 선택했다. 최선의 팀운영을 위하여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윤빛가람, 3년 8개월 만에 대표팀 합류

물론 새로운 자원들의 수혈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윤빛가람, 이용, 윤석영, 임창우 등의 가세는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다. 다만 이들은 사실 완전한 '새 얼굴'이라기보다는 대표팀에서 한동안 '잊혀진 이름'에 더 가깝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거나 유럽파처럼 인지도가 높지 않아도 중국이나 중동, 심지어 2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어디서든 대표팀의 문이 열려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 3월에 비하여 유럽파의 숫자가 줄어든 대신 중동파만 무려 5명이나 합류하기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윤빛가람이다. 현재 중국 연변에서 활약하고 있는 윤빛가람이 대표팀에 복귀한 것은 2012년 9월 11일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 후 무려 3년 8개월 만이다.

윤빛가람은 청소년 시절부터 탁월한 발재간과 플레이메이킹 능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잦은 기복과 불안정한 멘탈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천재라는 평가를 늘 받던 선수였다. 창의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를 필요로 하던 슈틸리케 감독은 발가락 부상으로 제외된 구자철의 대체자로 윤빛가람을 낙점했다. 또한 오른쪽  풀백 이용 역시 김창수의 대체자 역할로 1년 8개월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두 선수 모두 슈틸리케호에는 첫 승선이다.

여러가지 악재로 최선의 팀구성이 쉽지 않았던 슈틸리케 감독의 고뇌를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청용, 박주호, 김진수, 이정협 등의 제외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선택이다. 이들 모두 소속팀에서 거의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거나 혹은 꾸준히 경기에 나섰어도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윤석영이나 지동원의 발탁은 이런 기준에 맞지 않는다. 윤석영은 올 시즌 잉글랜드 2부리그 챔피언십에서도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고 시즌 후반기에는 찰튼으로 잠깐 임대 이적을 다녀오기도 했으나  팀의 3부 강등을 막지못했다. 현재는 QPR과의 계약이 만료되어 무적 신분이다.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21경기나 나섰으나 무득점(포칼컵-유로파리그 총 2골)에 그쳤다. 유럽파라는 프리미엄을 제외하면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한 이정협과 비교해도 크게 나을 것이 없는 성적과 내용이다.

윤석영은 김진수-박주호가 모두 제외된 레프트백의 대체자원으로도 희소성을 인정받았고, 지동원은 2선과 최전방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자원이라는 장점과, 대표팀에서는 발탁 때마다 활약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임대와 교체로라도 꾸준한 실전감각을 유지했다는 점은 탈락한 다른 유럽파들보다 근소한 우위에 있는 부분이다.

올림픽팀 대신 유럽 원정 나서게 된 손흥민

올림픽팀 와일드카드 차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손흥민은 이번 6월 소집에서는 일단 A대표팀에 우선권이 돌아갔다. 사실 이 부분은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도 조율이 쉽지 않았을 문제였다. 구자철-이청용 등 기존 주력 유럽파들의 전력누수가 심한 상황에서 손흥민까지 올림픽팀에 양보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컸다. 이는 스페인-체코전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사정이 더 촉박한 쪽은 아무래도 리우올림픽 본선이 코앞으로 닥쳐온 올림픽대표팀인 것도 사실이다. 신태용 올림픽팀 감독 역시 A팀과 같은날 다음달 4개국 친선대회(6월2~6일)에 참가할 23명의 올림픽축구대표팀 출전 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은 일찌감치 와일드카드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정작 올림픽팀 선수들과는 아직까지 손발을 맞춰볼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만일 4개국 친선대회에서 나섰더라면 좀더 일직 올림픽팀의 조직력과 전술에 녹아들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을 것이다.

스페인-체코전도 중요하지만 친선경기와 메달이 걸린 올림픽 본선은 차원이 다르다. 기왕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차출을 인정한 마당에 슈틸리케 감독이 한번 더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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