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 추가 탈북에 24일 오전까지 緘口
탈북에 '침묵 모드'가 관례…탈북자 개인에만 비방
【서울=뉴시스】김인구 북한전문기자 = 북한은 중국의 북한식당 여종업원 3명이 탈출한 사실이 알려진 지 만 하루가 지난 24일 오전까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은 이날 아침 인터넷 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다음 날인 25일 한국을 방문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중국의 닝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가 집단 탈북해 한국으로 온 여종업원 12명의 송환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그동안 탈북자들의 국내 입국에 대해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일부 탈북자들이 공개적으로 북한 체제를 비판할 경우, 공식 매체나 이들의 가족, 친지들을 앞세워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게 관례였다. 고(故) 황장엽 당비서 등 고위층 출신 탈북자의 경우 비난의 강도가 거셌다.
아무래도 북한 주민의 탈북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체제 유지에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침묵 모드로 일관하다가 탈북자들이 공개 활동을 시작하면 패륜아, 범죄자, 배신자 등의 인신공격을 퍼붓곤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우리 정보 당국에 의한 '유인납치'라고 주장하면서 이들의 송환과 가족 면담 등을 한 달 넘게 요구하고 있다. 각종 사회단체, 평양시민, 가족, 친지 등을 앞세워 연일 다양한 방법으로 공세를 취하면서 유엔에까지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다른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동요와 함께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집단 탈북 도미노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더욱이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외화벌이가 여의치 않자, 북한 당국이 해외 북한식당에 대해 이익금 상납액을 인상하거나 전에 없이 독촉해 현지 종업원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탈북이 터졌다.
또 우리 정부가 북한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이 대북 제재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 것이 북한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때문에 북한으로선 무대응으로 있을 수만 없었으며, 집단 탈북을 우리 측의 '유인 납치'라고 억지 주장까지 펼치면서 이들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 해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여성 김연희씨가 외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주장하자, 북한은 그의 딸을 내세워 송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은 그 이전까지 김연희씨에 대해선 일절 보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이번 중국의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탈북에 대해 우리 정부에 의해 공식 확인 발표되기 전까지 북한이 철저하게 함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매체 보도만으로는 우리 정부를 공격하거나 이들의 송환을 요구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이들의 국내 입국을 공식 발표할 경우 북한은 곧 바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번의 경우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과정이 단 시간내 이뤄져 북한 나름대로 사태를 파악하고 대응할 시간이 필요했으나, 이번에는 이미 국내 매체들이 크게 보도해 사태 파악과 대응할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대응을 한다면 기존의 집단 탈북을 우리 측의 '유인 납치'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들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탈북민들이 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남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gginko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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