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회 칸국제영화제 폐막] 칸, 노장에게 경의를 표하다

김시균 2016. 5. 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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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니얼, 블레이크'..켄 로치 감독 황금종려상, 박찬욱 아쉽게 수상 불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국의 켄 로치 감독.
노장은 힘이 셌다. 켄 로치 감독(80)이 제69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됐다. 한평생 노동자와 하층 계급을 대변하는 영화들에 천착해 온 이 '블루칼라 시인'은 자신의 마지막 은퇴 작품을 통해 최대의 영예를 안았다.

22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영국 감독 로치의 '나, 대니얼 블레이크(I, Daniel Blake)'가 올해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배우 도널드 서덜랜드는 "당신의 가슴과 영혼을 울리는 절대적으로 훌륭한 영화"라고 상찬했다.

올해 13번째 칸 레드카펫(칸 초청은 18번째)을 밟은 로치는 이로써 '보리밭을 흔드는 사람'(2006)에 이어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지금까지 황금종려상 최다 수상 기록은 2회로, 장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 미하엘 하네케, 빌레 아우구스트, 이마무라 쇼헤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등 7명이었다.

로치는 수상 소감에서 "우리는 무엇이든지 가능하고,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외쳐야 한다"며 사회 비판적 의견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신자유주의에 의해 추동된 긴축 정책은 우리를 파국으로 몰고 갔고, 다수가 그런 위험한 프로젝트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상황이 수십억 명의 사람을 심각한 고난에 빠뜨렸고, 그리스에서 스페인에 이르는 수백만 명을 생존 투쟁으로 몰고 갔다. 반면 아주 소수 사람에게만 막대한 부를 가져다줬다"고 지적했다.

로치 자신이 공언했듯 사실상 그의 마지막 작품인 '나, 대니얼 블레이크'는 사회의 상처를 길어내면서도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영화는 평생 목수 일을 하다 심장이 악화돼 일을 그만둔 53세 대니얼 블레이크의 삶을 다루면서 가지지 못한 자에게 무관심한 영국 관료주의와 복지제도의 맹점을 꼬집는다. 앞선 13일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로치는 "이 영화를 보고 가슴 아프고 분노하길 바란다"고 했다.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자비에 돌란(27)의 '단지, 세상의 끝'은 커다란 논란거리였다. 스크린데일리에서 최하 평점을 받은 이 영화가 높은 평점과 함께 평단의 격찬을 이끌어낸 '토니 에르트만' 을 제치고 2등상을 받은 게 과연 공정한 것이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표출됐다.

감독상은 '바칼로레아'의 크리스티안 문주, '퍼스널 쇼퍼'의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공동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은 앤드리아 아널드의 '아메리칸 허니', 여우주연상은 '마 로사'(감독 브리얀테 멘도사)의 자클린 호세가 거머쥐었다.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은 '세일즈맨'(감독 아시가르 파르하디)에 돌아갔다. 국내로서는 4년 만의 경쟁 부문 진출작인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경쟁 부문 8개 상 대열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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