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 '증오범죄 방지법' 제정으로 이어질까

배소진 기자 2016. 5. 23.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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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차별금지법' 번번히 무산..박원순·심상정 "증오범죄 입법조치 필요"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the300]'차별금지법' 번번히 무산…박원순·심상정 "증오범죄 입법조치 필요"]

22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한 시민이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최근 강남역 인근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생면부지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남성 피의자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로 "여자들에게 무시당했다"고 진술해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서울 강남 서초동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시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한 남성이 생면부지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증오범죄'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단 여성혐오뿐만이 아닌 인종·종교·지역·성적지향 등 폭넓은 '차별방지'를 담은 입법이 20대 국회에서 논의될지 주목된다.

22일 경찰은 이번 사건을 '묻지마 범죄' 중 조현병(정신분열증) 유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실무에서는 증오범죄와 정신질환에 따른 범행을 구분한다"며 "김씨의 행위를 종합해볼 때 이는 증오범죄가 아닌 특정 집단에 대해 피해망상을 갖고 있는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에 부합한다고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증오범죄'에 대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사건을 언급하며 "더 이상 혐오범죄, 분노범죄, 묻지마범죄가 없도록 이 병든 세상을 치유해 가겠다. 이번 기회에 혐오범죄 등에 대한 입법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존치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이번 사건은 개인적인 비극이 아닌 사회적 문제"라며 "약자에 대한 범죄는 가중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대 국회에서 관련 제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18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극심한 빈곤과 불평등, 일상화된 차별과 폭력이 증오범죄의 비옥한 토양이 되고 있다"며 "국회에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구 많은 국가에서는 증오범죄방지를 위한 법안이 마련돼 있다. 미국 '혐오범죄방지법', 영국 '평등법', 스웨덴 '증오언론금지법' 등이 주요 사례로 꼽힌다. 나이나 장애, 성별, 인종,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거나 피해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이 공통점이다.

우리나라도 그동안수 차례에 걸쳐 '차별 금지'를 위한 입법이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돼왔다. 주로 '동성애'에 대한 내용을 법안에 명시하는 것에 대해 보수기독교 진영의 강한 반발을 샀다.

2007년 법무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예고했지만 차별금지 예시 항목에 '성적 지향'을 포함시키는 문제로 큰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2010년에는 국내 주요 7개 종교 지도자들이 '증오범죄법' 제정을 위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실제 입법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19대 국회에서도 2건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바 있다.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012년 발의한 법안과 2013년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여론수렴 과정에서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심했고 결국 김한길, 최원식 의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13년 출신지역, 출신국가, 인종, 사상,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한 혐오범죄에 대해 가중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을 발의한 바 있다. 같은 해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 역시 현행법상 '혐오죄'를 신설, 인종 및 출생지역 등을 이유로 사람을 혐오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들 법안 모두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될 운명이다.

이 원내대표의 경우 20대 국회에서 추진할 입법계획 중 '증오범죄통계법'을 포함시켜둔 상태다. 그는 20대 총선 공약으로 이를 발표하면서 "우리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증오범죄에 대한 국가기관의 체계적인 연구와 통계 수집을 통해 증오범죄의 연구기반을 조성하고, 향후 사회차별적인 요소를 배제하기 위한 사회통합법으로서의 증오범죄 방지법을 입법하기 위한 준비 단계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과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남녀 공중화장실을 의무적으로 분리시키는 법안도 20대 국회에서 추진된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풍속영업소와 다중이용시설 규모와 관계없이 남녀 공중화장실을 분리하는 내용의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배소진 기자 sojin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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