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님, 거긴 2010년?"..경찰 '로드뷰' 6년째 'no업데이트'

윤준호 기자 2016. 5. 23.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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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로드뷰' 2010년 제작후 6년째 사용, 상황실·출동경찰 간 '혼선' 빈번, 경찰력 낭비·신뢰도 저하 초래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경찰 '로드뷰' 2010년 제작후 6년째 사용, 상황실·출동경찰 간 '혼선' 빈번, 경찰력 낭비·신뢰도 저하 초래]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수도권 일선 경찰서 112종합상황실의 K모 경위는 현장에 출동한 직원들을 지휘하다 몇 번이나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상황실에서 경찰 내부망 지도(폴맵, Pol-Map)의 '로드뷰'(거리사진)를 통해 확인한 장면과 현장 경찰관이 실제 마주한 모습이 달라서다. 상호나 업종이 바뀐 경우는 물론 로드뷰엔 공터인데 실제 건물이 들어선 경우도 많다. K경위는 "상황실에선 로드뷰로 상황을 가늠하고 출동 경찰관에게 지령을 내리는데, 6년 전 촬영한 장면이어서 지휘·소통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분·초를 다투며 신고·출동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관들이 5~6년째 업데이트되지 않은 로드뷰(실사진 지도)를 쓰고 있다. 지휘하는 쪽도, 현장에서 지휘를 받는 쪽도 난감한 경우가 잦다.

◇"경위님, 거긴 2010년인가요?"=22일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 지방경찰청·경찰서·지구대 등에서 사용하는 로드뷰의 촬영시기는 2010~2011년 사이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개 2010년 말에 찍은 영상이 쓰인다. 로드뷰는 폴맵에 포함된 기능으로, 구글의 '스트리트뷰', 다음의 '로드뷰', 네이버의 '거리뷰'와 유사한 서비스다.

폴맵과 로드뷰는 경찰이 2012년 '오원춘 사건' 이후 미숙한 출동 대응을 개선하기 위해 구축한 '112신고 총력대응체제'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외부업체에서 들여 온 로드뷰와 기존의 폴맵을 호환, 전국 경찰관서에 보급한 건 2013년부터다. 이미 첫 도입부터 2~3년 지난 사진으로 로드뷰를 만든 것. 게다가 로드뷰는 도입 이래 한 차례도 업데이트가 없었다. 일반 지도인 폴맵은 분기당 한 번 꼴로 업데이트해 최신 정보를 유지하는 것과 대조된다.

지방 한 지구대 소속 P모 경위는 "현장에 도착해 피신고자가 있을 법한 위치로 건물 2층을 지목했는데, 상황실에선 '로드뷰에 논밭만 보인다'더라"며 "2년 전 개발돼 번화가가 된 곳이어서"라고 전했다. 광역시 한 경찰서 112상황실에 근무하는 L모 경감은 "휴대폰 신호로 위치추적할 때, 기지국 반경이 넓게는 수백미터라 폴맵보다는 로드뷰를 보고 은신처를 추측하는 방법이 요긴한데, 로드뷰가 실제와 다르면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경찰서 112종합상황실/ 사진=머니투데이DB

◇"로드뷰 안 써요"…'수기정보' 의존=상황이 이렇자 로드뷰 대신 주요지역정보(POI·Point Of Interst)를 참고하는 경찰도 적잖다. POI는 지구대·파출소에 근무하는 지역경찰관들이 순찰하다 기록해둔 주요 지명이나 상호 등 정보를 폴맵에 입력해 구축한 시스템이다. 신고자가 정확한 주소를 모를 경우 POI를 활용, 신고 위치를 빠르게 찾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다만 POI는 문자 정보로, 로드뷰와 달리 실사진은 제공하지 않는다. 수기로 입력 탓에 정확도가 떨어진다. 서울 한 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관계자는 "로드뷰만 보면 간판이나 원룸명까지 모두 나와 굳이 POI를 볼 필요가 없지만, 로드뷰가 갱신이 안 되니 POI를 보는 게 아니냐"고 설명했다.

심지어 호남권 등 일부 지역에선 개인별·관서별 POI 입력실적을 공개하고, 이를 기준으로 표창까지 수여한다. 때문에 경찰관 사이에선 무리를 해서라도 POI를 많이 입력하려는 '실적경쟁'이 벌어지도 한다. 정보의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꼴이다.

◇낡은 로드뷰, 경찰력 '낭비'=전문가들은 해묵은 로드뷰가 경찰력 낭비를 초래하고, 조직의 신뢰도까지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신고받고 출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범인 검거율, 시민 만족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많이 나왔다"며 "낡은 로드뷰 탓에 도착이 늦어지고, 도착해서도 길을 헤멘다면 이만큼 큰 경찰력 낭비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올해 안에 내부망 로드뷰를 최신 촬영본으로 업데이트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에서 처음으로 관련 예산 4억원을 편성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로드뷰 업데이트와 외부 포탈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거리뷰, 순찰자용 태블릿PC 등을 유기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신고·출동 업무와 경찰력의 효율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윤준호 기자 h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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