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테슬라, 만도를 택했다

전범주 2016. 5. 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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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콘티넨털 제치고 자율주행차 핵심기술 공동개발키로..만도 "확인해 줄 수 없다"
국내 최대 차 부품업체인 만도가 '미래차의 아이콘' 테슬라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에 나섰다. 첨단 전기차 기반 위에서 오토파일럿(Autopilot·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는 테슬라가 핵심 기술 공동 개발사로 만도를 낙점하면서 미래차 부품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2일 차 업계에 따르면 만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테슬라와 3~4단계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도는 자율주행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페일 세이프티(fail safety·오작동 대비 안전기능)' 분야에서 테슬라와 손을 잡았다. 보쉬와 콘티넨털, TRW 등 세계 유수 차 부품사들이 경쟁에 참여했지만 탄탄한 기술력과 신속하고 유연한 고객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운 만도가 단독 파트너로 선정됐다.

페일 세이프티는 자율주행차가 전기적 오류 등으로 위급 상황에 처해도 보조 시스템(리던던시·redundancy)을 가동해 운전자 개입 없이 안전한 자율주행을 지속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페일 세이프티'는 조향장치와 브레이크, 서스펜션, 센서 등 모든 영역에 해당하는 기술로 특히 차 스스로 운전하는 안전주행에선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페일 세이프티 기술을 공인받아야 자율주행차가 실제로 도로를 운행할 수 있다.

만도는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을 위해 최근 자율주행 분야에서 미국과 독일 현지 연구소를 중심으로 90여 명의 고급 기술자들을 영입했다. 또 보쉬나 콘티넨털 등 일류 부품업체에서 미래차 기술 개발에 잔뼈가 굵은 임원급 엔지니어만 8명을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차 메이커들은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도 차가 스스로 운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3단계 자율주행이 2020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도는 테슬라와 함께 4~5년 내에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안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3단계 이후 운전자가 타지 않고 스스로 운행하는 4단계 완전자율주행차 기술까지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20초 남짓 손과 발을 떼고도 차가 차선을 따라 스스로 주행하는 현재 기술은 자율주행 2단계에 해당한다.

만도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안전 시스템 공동 개발사로 선정된 건 이 분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만도는 최정상급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현대차 제네시스 EQ900에 자체 개발한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AEB)과 랙타입 모터 구동형 전자제어 배력 조향장치(R-EPS)를 탑재했다. 만도 기술력이 적용된 EQ900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 전방충돌평가에서 세계 최초로 전 항목 만점을 받았다. 만도가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확보한 것은 오너와 CEO가 미래차 기술 개발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만도는 기존 차 섀시에 첨단 IT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합병(M&A)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수 후보 서너 곳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공동 개발 파트너로 만도를 지목한 데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연한 고객대응 서비스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도는 지난해 5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최대 차 부품업체지만, 보쉬(매출 442억달러) 등 톱티어 업체에 비하면 중견업체에 불과하다. 강력한 오너십과 소규모 조직은 의사결정과 고객대응에 있어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스피드를 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외국 1차 부품업체가 4~5년 걸리는 일을 만도는 2~3년 안에 해결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객의 다양하고 긴급한 요구를 고객 맞춤형으로 유연하게 제공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최첨단 기술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후발주자 테슬라 입장에서 만도와 같은 '스피드한' 한국 부품사를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하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장은 "최근 세계 유수의 IT업체와 차 메이커들이 자율주행에 수조 원씩을 쏟아부으면서 2020년이면 3단계 자율주행차가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만도가 자율주행의 핵심 영역인 안전시스템에 있어 테슬라와 공동 개발 파트너로 참여하는 건 미래차 산업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의 우산에서 벗어나 '마이웨이'를 가는 것도 만도에는 기회가 됐다. 기존 차 공룡들과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는 테슬라 입장에서 덴소(도요타), 현대모비스(현대차) 같은 차 메이커 계열사나 델파이(GM), 비스테온(포드) 같은 협력사들과는 손을 잡기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한편 만도 관계자는 “테슬라와의 자율주행 공동개발 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용어설명>

▷ 페일 세이프티(fail safety) : 차량 고장·오작동에 대비해 추가 장치나 시스템을 둬 안전주행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자율주행차에서는 전자장치 비중이 높고, 운전자 없이 차량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페일 세이프티 기술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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