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委의 의사결정 장애
◆ 공정위 늑장 심사 ◆
국내 1위 이동통신회사 SK텔레콤이 국내 최대 케이블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M&A)하겠다며 지난해 12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요청한 지 22일로 174일째를 맞았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일수는 접수일로부터 최장 120일로 규정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심사는 이례적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지난 25년 동안 전 세계 이동통신업체 관련 M&A 심사에 할애된 기간은 평균 59일"이라고 발표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무려 3배에 육박하는 기간이다.
이에 대해 22일 공정위 관계자는 "보정자료 요청으로 지연된 기간을 제외해야 한다"며 "자료 보정 기간을 밝힐 수 없지만, 자료 보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정확한 심사기간은 120일이 아직 안 지났다. 사안에 따라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대 국내 통신 분야 합병 사례를 참고하면 공정위의 이 같은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통신 분야 M&A에서 가장 심사가 길었던 사례는 지난 1999년 발생했던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합병이다. 국내 이동통신 1위와 3위 사업자 간 합병으로 통신업계에서는 "독과점을 야기할 수 있다"며 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시 결합 심사는 145일 만에 끝났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요즘 조선산업이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더 큰 위기에 빠졌다. 침체에 빠져 있는 방송통신 산업 또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절실한 시기"라면서 "심사 때문에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변화를 잡아야 할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공정위 스스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3월 21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심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문제가 곧 결론 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후 두 달 동안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선희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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