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 이기형 회장 "AI가 온라인 쇼핑비서 시대 열 것"

최승진 2016. 5. 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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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맞은 인터파크 이기형 회장소비자 필요한 상품 추천 쇼핑몰이 미래..완구·애견용품 등 전문몰 잇달아 오픈
1996년 6월 1일. 데이콤에서 근무하던 34세 청년은 당시로서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전자상거래' 사업을 해보겠다며 사내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이름은 인터파크. '인터넷 테마파크'의 줄임말로 고객들에게 '무형적 테마파크'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듬해 한국 땅을 덮친 외환위기로 이 청년의 꿈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된 모회사가 사내벤처 사업을 정리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청년은 사재를 털어 지분을 인수했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이후 그의 손으로 만든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의 원형(原形)이 됐고 그가 만든 또 다른 사내벤처는 글로벌 기업이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54·사진)의 얘기다.

인터파크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인터파크는 공연 티켓, 도서, 여행 부문에서 명실상부 국내 선두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터파크 사내벤처에서 시작해 국내 최대 온라인몰 자리에 등극한 G마켓은 2009년 이베이에 매각됐다. 이후 인터파크는 B2B 사이트인 아이마켓코리아를 인수했고 현재 숨고르기를 하는 상황이다. 온라인 쇼핑 '1세대'인 이 회장은 온라인 쇼핑, 아니 쇼핑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올해 한국 사회에 숱한 화제를 뿌렸던 인공지능(AI)이 쇼핑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 회장은 "머신러닝이 진화하면 소비자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이 물건을 산 사람들이 다음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프로그램이 스스로 학습한다는 의미"라며 "현재 아마존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연구하고 있고 인터파크 또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소비자들의 욕망이 본격적으로 분출되는 시점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분석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왜 편리한지 몰랐던 소비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을 압도하게 됐다. 앞으로 소비자의 욕망은 원하는 상품, 필요한 상품을 개인에게 맞게 추천받을 수 있는 '온라인 쇼핑 비서'를 찾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회장은 "AI는 우리 같은 사업자들에게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여기서 잘하는 회사가 앞으로 시장에서 점유율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헬스케어, 교육, 공연, 여행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잠재된 욕구는 또 다른 형태로도 분출될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파는 사람이 파는 물건만 살 수 있는' 현재와 달리 앞으로는 '사는 사람이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란 의미다. 이에 인터파크는 최근 완구, 애견용품 등 전문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자연히 현재 오픈마켓·소셜커머스 중심인 온라인 쇼핑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장은 "지금은 오픈마켓이 가장 큰 온라인 쇼핑 채널이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속도로 성장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어디에서든 지금 주문하면 내일 받고 싶다'는 최근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려면 어마어마한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데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인터파크 20년 역사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로 2002년 한·일월드컵 티켓 판매 대행 사업자로 선정되던 순간을 꼽았다. 인터파크가 만든 티켓 판매 시스템이 전 세계적인 이벤트에 사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G마켓을 만들어냈을 때 또한 기억에 남는다. 그는 "당시 세계적으로 경매 위주의 온라인 쇼핑몰이 많았지만, G마켓(당시 구스닥)을 상품거래소 형태로 만들어 계속 발전시켜 나갔다"며 "G마켓은 시장에서 가장 큰 사업자가 됐고 이런 부분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가를 받는 데 실패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충격이 굉장히 컸다"면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를 다시 한번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서울대에서 물리천문학을 전공한 이 회장은 최근 기초과학을 알리는 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사재를 출연해 2014년 민간 과학재단인 '카오스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학생들이 이론을 달달 외워서 공부하고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리곤 하는데, 교과서 외 별전이라는 의미의 '교외별전'이라는 책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라며 "왜 이것을 배워야 하는지, 어떤 과정에서 법칙이 발견되는지 등을 과목별로 내놓고 학생들이 공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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