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은 기자가 만난 집 짓는 건축가 < 서가건축이 전하는 현실과 로망 사이 집짓기 >

2016. 5. 20. 14: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비용은 제한돼 있는 이들에게 집 짓는 ‘돈’을 어디에, 얼마만큼 써야 하는지 영리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건축가를 만났다.

집짓기에는 ‘평당 얼마’라는 공식이 있다. 그 비용에 따라 설계 수준이 달라지고, 쓰이는 재료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예쁘고 고급스러운 마감재도 쓰고 싶고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드라마틱한 공간도 원하지만 세상 만고의 진리인 ‘예쁜 건 비싸다’를 몸소 체감하고 나면 자포자기 심정으로 하나씩 등급을 낮추는 건축주를 많이 본다. 하지만 인생에서 집짓기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시작부터 ‘포기’하는가. 프라이빗한 중정도 만들고 싶고, 나만의 AV 룸도 만들고 싶은 건축주. 예쁜 집을 원하지만 예산은 한정된 건축주에게 집짓기에서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 ‘돈을 배분하는 현명한 방법’을 이야기해줄 건축사사무소 서가의 정재학, 박혜선 소장을 만났다.

(↑ 1,2 청고 벽돌로 단순하게 지어 시공비를 절약한 파주 교하의 다가구주택. 발코니 부분을 예쁘게 디자인해 외관에 포인트를 주었다. 3 벽돌을 어슷 쌓아 추가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포인트를 준 김포 주택.)

인건비와 재료비가 관건인 집짓기 비용

집짓기에서 디자인과 공사비는 서로에게 원인이자 결과가 되는 모양새다. “분명한 건 비용에 따라 만들어낼 수 있는 디자인과 디테일이 달라져요. 예를 들어 프라이빗한 중정을 만들고 싶다면 외벽이 늘어나는 건 감수해야 하죠. 골조와 창호, 단열재 등의 재료비는 당연히 상승하고, 단열과 방수 등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늘어납니다. 적은 예산으로는 중정 있는 집이나 외관이 복잡한 집을 제대로 만들기가 힘들어요.” 서가 건축의 두 건축가는 중정을 만들거나 발코니의 일부를 잘라내 사선으로 구성하는 등 디자인이 가미될수록 공사비가 달라진다고 전한다. 건축 디자인은 제품 디자인과 달라서, 절대적으로 투입되는 ‘재료비’나 ‘인건비’ 등의 인풋이 전체 비용에 미치는 영양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가 건축은 무엇보다 설계 초기 예산을 설정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건축주에게 디자인에 따라 비용이 올라간다는 걸 설명하고, 예산과 디자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경우의 수를 많이 제시하는 편이에요.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에서 꽤 많은 사전 작업을 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예산과 실제 비용 사이에 괴리가 생기고, 그건 고스란히 건축주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풍부한 공간 vs 화려한 마감재, 우선순위를 정하라

그렇다면 예산이 한정돼 있는 경우 어떻게 돈을 배분하는 것이 좋을까. 정재학, 박혜선 소장은 먼저 본인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권한다. “건축가가 디자인한 풍부한 공간의 디테일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내·외부를 고가 재료로 마감하는 것보다 복층이나 중정같이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 데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좋아요.” 이런 선택을 한다면, 조금은 성에 차지 않더라도 가격 대비 성능은 좋은 저렴한 마감재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반대로 취향에 맞는 마감재로 집을 단장하고 싶은데 재료비가 다소 고가라면, 집의 전체 면적을 줄이거나 외관을 단순하게 만들어 공사비의 일부를 절약하고 그 남은 비용을 마감재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건축주의 선택과 집중이 끝난 다음에는 건축가의 역량이 발휘된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하고 만들어내는 것. 실례로 적은 예산으로 효과적인 아웃풋을 구현해낸 작업들이 눈에 띈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외피 면적을 줄여 공사비를 낮춘 뒤, 현장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단순하지만 특색 있는 디테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포의 주택은 벽돌은 저렴한 것으로 쓰되 일부분을 다르게 쌓아 외관에서 리드미컬한 변화를 주었고, 파주 교하의 다가구주택은 네모반듯한 외관으로 전체 공사비를 줄인 대신 발코니 부위를 금속으로 독특하게 디자인해 비용 대비 외관에서 보이는 디자인적 효과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선택과 집중을 한 건축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지으려는 예비 건축주라면, 또 집 짓는 비용을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하는 건축주라면 자신과 가족의 취향 및 우선순위를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건축주가 선택한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건 건축가의 몫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 건축가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니까.

정사은 기자

<리빙센스>의 건축 전문 기자, 좋은 집을 보는 눈을 길러주고, 자신과 맞는 건축가를 만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다.


기획 : 정사은 기자 | 취재협조 : ㈜건축사사무소 서가(http://blog.naver.com/designseoga)

Copyright © 리빙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