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에 판사가 쓴 슬픈 공감글 "인간은.."

박상은 기자 2016. 5. 20.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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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직업상 평생 인간의 폭력성을 낱낱이 지켜보아야 한다. 매주 연이어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사건을 재판한 기억이 있다.”

강남역 부근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을 접한 한 판사가 페이스북에 ‘인간의 본능’과 더불어 ‘여혐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었습니다. 이 글은 수천개의 공감을 얻으며 빠르게 퍼졌는데요.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문유석 판사는 19일 자신의 저서 ‘개인주의자 선언’의 일부를 발췌해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남성이 여성을 끔찍하게 살해하는 사건을 매주 연이어 맡으면서 ‘인간이란 끔찍하게 폭력적인 영장류 동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내용인데요. 문 판사가 나열한 사건들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잔인했습니다.

문 판사는 이 글에 덧붙여 “인간은 본질적으로 100% 동물이다. 인간은 문명이라는 구속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가까스로 아슬아슬한 인위적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약자에 대한 공격, 혐오 본능의 발현에 대해서는 다소 과도할 정도의 분노, 경고,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판사는 또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는 연대의식은 약육강식의 본능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구속복”이라며 “그것보다 약자의 분노의 과도함, 비합리성에 대해 투덜거리는 것을 우선하는 이들은 인간들의 야수적 본능, 그리고 문명의 허약함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거나 무지하다”고 말했습니다.

19일 기준 2500개에 가까운 공감을 얻은 이 글은 각종 커뮤니티에도 확산됐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단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네티즌이 많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성 대결, 일반화, 지나친 예민함을 공격하는 것 보다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자체를 인정해야 하는게 먼저라 생각한다”며 “그것조차 일반화의 오류라며 반박하는 것은 무지하기 때문에 가능한 태도라 생각한다. 아니면 알면서도 회피하려는 사람이든가”라고 적기도 했습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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