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펀드는 합의했지만..대출기간·회수방식 놓고 진통

조시영,이상덕,김효성,정의현 2016. 5. 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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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銀에 정부 출자·한은 대출후 SPC 설립 방식 거론

◆ 해운·조선 구조조정 / 국책은행 자본확충 '투트랙 지원' ◆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이 기업은행을 통한 자본확충펀드 조성과 직접 출자를 동시에 병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에 대한 직접 출자에 정부 이외에 한국은행도 참여할지를 놓고서는 이견이 노출됐다. 펀드 조성 시 대출 회수 방식 등에 대해서도 정부와 한국은행 간 견해가 크게 엇갈려 향후 협상 과정이 주목된다.

19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관계자 등이 참여한 이른바 '국책은행 자본 확충 태스크포스'를 주재한 직후 브리핑을 열어 "관계 기관이 신속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재원 마련이라는 총론에는 정부와 한은이 모두 공감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은이 수출입은행에 대해 직접 출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한은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은 "재정과 중앙은행이 가진 다양한 정책 수단을 검토해 자본 확충을 위한 최적의 조합에 대해 논의했다. 직접 출자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 출자 방식을 병행하는 안을 폭넓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 내부에서는 한은이 수은에 직접 출자하는 것은 안 된다는 기류다. 한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한은이 직접 출자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현행법상 한은이 할 수 있는 것은 대출하는 것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은이 수용할 수 있는 자본확충펀드 조성은 일단 합의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특히 기업은행을 통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 뒤 이를 통해 국책은행을 지원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 기업은행이 캠코(자산관리공사)에 자금을 옮기면 캠코가 SPC를 설립하는 안, 기업은행과 캠코가 공동 설립하는 안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현행법상 한은이 대출할 수 있는 곳은 금융기관에 한정돼 있고, 정부가 출자할 수 있는 대상은 공공기관에 국한돼 있어 수은과 산은을 빼면 공통분모가 기업은행으로 좁혀지는 셈이다. SPC 설립 시 정부는 기업은행에 현물 출자를 하고 한은은 기업은행에 대출을 하는 방식으로 정책 조합(policy-mix)을 하게 된다. 정부 출자 지분으로는 12조2000억원에 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LH 주식은 정부손실보전규정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서 위험가중치가 100%로 낮게 인정받는다. 반면 상장 주식인 한전은 300%, 손실 보전이 없는 비상장 주식은 400%로 높다.

그러나 펀드 조성 틀에 대한 윤곽은 잡혔지만 운영 기간과 회수 방안을 놓고는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한은은 한은법 64조를 근거로 조기 회수 담보를 주장했다. 한은법 64조는 한은의 여신 업무에 대해 1년 이내 기한부 대출로 규정하고 있다. 한 한은 관계자는 "2009년 은행 자본확충펀드를 결성할 당시에도 1년마다 한 번씩 연장해서 5년간 운영한 바 있다"며 "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라도 1년 대출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은은 유동화를 할 수 있도록 펀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은행자본확충펀드 설계 당시에는 확보된 자금을 시중에 유동화하지 않고 약정된 가격에만 사고팔 수 있는 콜옵션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산은이 발행하는 코코본드를 SPC가 매입하더라도 기초 상품으로 만들어 유동화시켜야 회수가 쉽다는 것이 한은 내 견해다. 한 정부 관계자도 "펀드 회수 방안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급적 기한을 길게 잡은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은은 직접 출자 방식에 대해서도 견해 차를 못 좁혔다. 정부는 한은이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수은에 직접 출자하는 것을 바라고 있지만 한은은 '중앙은행 손실 최소화' 원칙에 근거해 이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수출입은행에 자금을 간접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IS 자기자본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수출입은행 입장에서는 당장 자본 확충이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수출입은행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전력 주식 5000억원 안팎을 현물 출자하는 방안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보유 LH 주식을 수출입은행에 출자하려 했지만 장부가 차이로 인해 세금을 500억원 더 내게 돼 이 방안을 접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세금 문제가 없는 상장사인 한국전력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출자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KAI가 방산업체여서 출자가 적합한지를 추가로 검토 중이다.

[조시영 기자 / 이상덕 기자 / 김효성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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