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INSIDE]강남역 살인사건에 분노해야 할 이유

2016. 5. 1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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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서상범 기자]지난 17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 3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것입니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피해자에 대한 추모 움직임이 SNS는 물론, 사건이 발생한 강남역 일대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은 물론, 대중들의 접근 방식에 대해서 분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번 사건에 분노하는 것일까요? 

사진=인스타그램 jysyndrome

▶왜 여성을 대상으로는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나=피의자로 검거된 김모(34)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이 전해진 후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자신의 범행을 사회로부터의 소외, 여성으로부터의 무시로 설명하는 그의 변명에서 ‘비겁함’을 느꼈기 때문이죠. 이 비겁한 변명은 비겁한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로 힘없는 20대 여성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죠.

실제 강력 범죄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성입니다.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2016 범죄백서에서는 전체 형법 범죄에서는 남성 피해자들이 여성보다 약 2배 많지만,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의 피해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무려 8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2014년 기준). 완력이 떨어지는 여성이 강력 범죄의 희생양이 되기 싶다는 것이죠. 

2016 범죄백서

이번 사건에서도 김 씨는 범행현장에서 1시간 가량 기회를 엿보다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SNS에서는 “같은 남성을 대상으로 엄두를 내지 못한 피의자가 힘없고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삼았다”라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대중이 분노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왜 여성은 범죄의 피해자가 돼야 하는가, 아니 왜 여성을 대상으로는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가져온 분노인 것이죠.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너(피의자)는 사회에서도 무시를 받았고, 남성에게도 무시를 받았겠지. 하지만 니가 분풀이를 할 수 있는 대상은 결국 힘없는 여성이었을거야”라며 김 씨의 비겁함을 지적했습니다.

▶또다른 김 씨들=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후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눈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몸 함부로 놀리면 저 꼴 난다, 제발 여자들은 밤늦게 돌아다니지마라”라는 글에서부터 “한국여자들에게 쌓인 것이 많았나보다. 살인은 잘못했지만, 이해는 된다’라는 내용까지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 사회에서 뿌리깊게 박히고 있는 여성혐오(여혐)를 보여주는 것이죠.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된장녀라는 단어에서 시작해 김치녀, 맘충 등 여혐을 상징하는 단어들은 수도 없이 생산되고 확산됩니다. 심지어는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여성은 그런 취급을 받아도 돼’라는 식으로 정당화되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 뿐 아니라 여성이 피해자인 다른 강력 범죄에서도 이런 시선들은 쉽게 발견됩니다. 성폭행 사건에서는 피해 여성의 행실을 문제삼는 것이 대표적이죠.

실제 추모 행동에 나선 이들 역시, 이런 여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든 여혐 인식을 가진 이들에 의해 또다른 범죄가 일어나고, 또다른 죄없는 여성, 그것이 내가 될 수도 있고 우리의 누나, 여동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분노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단순 사건 하나로 모든 남성들을 싸잡아 욕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또 남성들이 오히려 여성에 비해 역차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서울 한복판에서 끔찍한 사건의 희생양이 되는 일이 반복되는 한, 조금 더 예민해지고, 조금 더 분노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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