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놓고 싸우느라..갈라진 5·18

박승철,안정훈 2016. 5. 18. 17: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승춘 보훈처장, 유족들 항의에 기념식 입장도 못해박지원 "5·18 폄훼자 처벌법 추진..'임을' 제창 법제화"
<b>침묵과 셀프 제창</b><br>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앞줄 왼쪽 둘째)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 등 참석자들이 국가보훈처가 제창을 불허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하지만 황교안 국무총리(앞줄 왼쪽 첫째)는 입을 다물고 있다. [광주 = 이충우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로 정국이 냉각된 가운데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박승춘 보훈처장이 유족들의 반발로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했으며 보수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할 때 퇴장하는 등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은 당선자 대부분이 기념식에 참석하며 호남의 야권 적통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5·18 정신으로 국민화합 꽃피우자'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기념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부와 청와대 주요 인사와 5·18 희생자 유족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불허되자 분노한 유족들은 "감히 어딜 들어오느냐"고 항의하며 박 처장의 지정석을 행사장에서 빼버렸다. 이에 박 처장은 입장하지도 못한 채 자리를 떠야 했다.

행사가 끝난 뒤 박 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과 제창 문제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많은 국민의 찬반이 있기에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논란을 빚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가보훈처의 결정대로 광주시립합창단과 스칼라오페라합창단이 합창하고 노래를 부르기 원하는 참석자들은 자율적으로 따라 불렀다. 행사에 참석한 야당 당선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제창'의 형식을 갖췄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야권 지도부는 물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관용 경북도지사, 정의화 국회의장,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등 여권 인사들도 일어나서 오른손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반면 정부 대표로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일어서서 가만히 무대 위를 바라볼 뿐 태극기를 흔들거나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 시작되자 행사에 참석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반발하며 일제히 퇴장했으며 광주시의회 의원들은 행사에 앞서 '제창 불허'에 항의하는 의미로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b>거세게 항의받는 박승춘</b><br>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왼쪽 첫째)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광주 = 이충우 기자]
이날 행사를 마친 뒤 김종인 대표는 "합창만 허용했는데 정부가 너무나 옹졸하게 생각한 것"이라며 "아집에 사로잡힌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안철수 대표도 "사회 통합을 위해 제창해야 한다"면서 "(제창 불허는) 국민 통합에 저해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법제화하고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원내대표는 "청와대 회동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민과 국민이 원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올린다"면서 "더민주와 공조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해임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납득할 만한 후속 조치가 없으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국민의당과) 공동으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황 총리는 기념사에서 "우리는 5·18 정신을 밑거름으로 삼아 사회 각 부문에 민주주의를 꽃피우며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데 힘써 왔다"면서 "이러한 성취를 바탕으로 국민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성숙한 선진사회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 광주 =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